트럼프의 압박과 협상 장벽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투자 지연에 관세 재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일본도 첫 번째 대미 투자 사업 선정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7월 무역 협상에서 합의한 5,500억 달러(약 794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 중 ‘1호 사업’을 조속히 확정하려 했지만, 지난주 장관급 회담에서도 미국 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상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의 약 1시간 30분 간 협의 후 “아직 큰 격차가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 전략이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협상이 지연되는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압박이 있습니다. 그는 최근 일본의 투자 진행이 더딘 것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은 상호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동맹국들로부터 대규모 투자 약속을 받아내는 전략을 꾸준히 구사하고 있는데, 대만과의 협상에서도 유사한 방식을 활용했습니다. 일본 내에서는 투자금 규모는 한국보다 훨씬 크지만, 최종 결정권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에서 불공평한 협상 구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다이아몬드·항만, 후보는 많지만…
현재 양국이 검토 중인 1호 투자 후보는 데이터센터 전용 가스 화력 발전 시설, 인공 다이아몬드 생산 공장, 원유 선적 항구 정비 사업 등입니다. 미국 측은 자국 경제 안보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원하는 반면, 일본 측은 사업 리스크와 공공 자금(세금) 투입 가능성에 신중한 입장입니다. 특히 일본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성격의 사업에 세금을 쓰는 것을 꺼리고 있어, 협상의 걸림돌이 되고 있죠.
아카자와 경제산업상은 구체적인 투자처에 대한 언급을 피하며 “상호 이익에 부합하는 안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만 밝혔습니다. 한편, 협상 테이블의 미국 측 대표인 러트닉 상무장관은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틴 사건 연루 의혹으로 사임 압력을 받고 있어, 협상 자체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런 내부적 요인들까지 겹치며, 단순한 투자처 선정 문제를 넘어 협상 환경 자체가 복잡해지고 있는 겁니다.
3월 정상회담 앞두고 ‘시간과의 싸움’
일본 정부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3월 19일 미국 방문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전까지 1호 사업 합의라는 성과를 내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조정해야 할 점들이 남아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정상회담 전 접점을 찾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중의원 선거 직후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힌 것은 긍정적 신호지만, 투자 지연에 대한 그의 불만은 협상에 여전한 긴장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번 협상 난항은 단순한 투자처 선정 문제를 넘어, 트럼프 시대 미일 경제 협력의 새로운 틀을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대한 고민을 반영합니다. 미국이 요구하는 전략적 투자와 일본이 고려하는 경제적 타당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결국, 5,500억 달러라는 거대한 약속을 실제 사업으로 채워나가는 과정 자체가 양국 관계의 새로운 시험대가 되고 있죠. 협상이 지연될 경우, 미국의 한국에 대한 관세 압박과 유사한 조치가 일본을 향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일본 정부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