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 시술 탈 쓴 은밀한 마약 거래
서울 강남 청담동의 한 피부과 의원에서 충격적인 불법 의료 행위가 적발되었습니다. 해당 의원을 운영하던 의사 두 명은 미용 시술을 빙자해 프로포폴과 케타민 등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으로 투약하며 장사를 해온 건데요. 이들은 병원 운영 시간이 끝난 심야나 휴일에 1인실을 이용해 은밀하게 약물을 놔주는 방식으로 수년간 범행을 이어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의사는 약물에 취해 잠든 여성 환자의 신체를 27차례나 불법 촬영한 혐의까지 받고 있습니다. 범죄 수익은 확인된 것만 4억 5,700만 원에 달하며, 이들은 원가의 30배가 넘는 1회 35만 원이라는 고가를 받으며 폭리를 취했습니다. 한 투약자는 11개월 동안 64차례나 찾아가 2억 5천만 원이 넘는 돈을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단속망 피한 치밀한 수법과 새로운 약물 오남용
이들의 범행이 눈에 띄지 않은 데는 나름의 치밀한 수법이 있었습니다.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마약류 취급 보고도 누락하는 방식으로 정상적인 감시망을 피해왔는데요. 특히 주목할 부분은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은 수면마취제인 덱스메데토미딘을 프로포폴과 섞어 사용한 점입니다.
경찰이 비마약류 수면마취제를 마약 대용으로 오남용한 사례를 적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약물은 동물 마취제와 유사한 성분을 지녔지만 아직 마약류 규제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피의자들은 이 점을 교묘하게 악용했습니다. 장시간 수면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마약류 관리 대상에서 벗어나려는 의도였던 겁니다.
의료 현장의 어두운 그림자와 남은 과제
이번 사건은 의료기관 내부의 구조적 취약점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면 마취가 이루어지는 1인실은 환자가 의식 없는 상태에서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공간입니다. 당연히 환자의 안전을 지킬 제3자가 함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이에 경찰은 수면 마취 시 간호사 등 제3자가 반드시 동석하도록 하는 이른바 샤페론 제도의 의무화를 관계부처에 건의했습니다. 또한 덱스메데토미딘의 마약류 지정을 식약처에 공식 요청하고, 범죄 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의사들의 재산 4억 5,700만 원에 대한 추징보전도 신청했습니다. 의사라는 신분을 이용한 불법 행위가 제도적 허술을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유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리 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