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돌아왔나…AI 반도체에 4.8조 쏟아부은 이유
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AI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다시 강해지고 있습니다. 6월 16일 기준 사흘간 외국인은 AI 밸류체인 관련 종목에만 총 4조 8천억 원을 순매수했는데요. 특히 SK하이닉스에 2조 5천억 원, 삼성전기에 1조 9천억 원, 삼성전자에 7천억 원이 몰리며 수급 개선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코스피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 기대감까지 더해져 2.11% 상승한 8726.60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닥은 하락세를 보였고, 달러·원 환율은 여전히 1510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외국인 자금이 특정 업종에 집중되면서도 시장 전반에 대한 신중한 태도가 남아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됩니다.
한 달 전만해도 썰물처럼 빠져나갔죠
사실 불과 한 달 전인 5월의 상황은 지금과 정반대였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외국인 주식 투자 자금은 318억 3천만 달러(약 48조 원)가 순유출되며 역대 최대치를 새로 썼는데요.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큰 규모입니다. 전체 증권 투자 자금도 261억 5천만 달러(약 39조 원)가 빠져나가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순유출을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대규모 자금 이탈이 발생한 배경에는 코스피 급등에 따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차익 실현 매도가 컸습니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주요국 증시 중에서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자, 외국인들은 급격히 늘어난 국내 주식 비중을 조정하며 이익을 실현하려는 경향을 보였죠. 주식에서는 팔고, 채권에서는 사는 전략이 뚜렷했는데, 5월 채권 시장에는 56억 8천만 달러가 순유입되며 두 달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AI 슈퍼사이클 기대가 수급을 돌렸습니다
5월의 셀 코리아 분위기가 6월 중순에는 쇼핑 코리아로 급변한 건, AI 반도체에 대한 구조적 성장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외국인들이 최근 3거래일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2조 7천억 원 이상을 쏟아부은 것은 단순한 단기 매수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AI 에이전트 시장이 클라우드에서 PC와 모바일 등 엣지 디바이스로 확산되면서 HBM, 서버 D램, 기업용 SSD 등 메모리 수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목표주가를 크게 올리고 있는데요. 삼성전자에 대해 SK증권은 최고 61만 원을, SK하이닉스는 400만 원까지 제시하며 기존 수준을 뛰어넘는 가치 재평가를 예고했습니다. 메모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하면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가 외국인 수급 전환의 가장 큰 동력이 된 셈입니다.
다만 5월의 역대급 유출이 워낙 컸던 탓에, 단기간의 매수세 만으로 누적 손실을 완전히 만회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500원대에서 높은 레벨을 유지하고 있으며, 외국인 자금의 지속적인 유입 여부는 향후 AI 반도체 실적 추이와 글로벌 금리 정책에 달릴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은 지금 AI 기대감과 외국인 수급이라는 두 축의 교차점에서 주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