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부터 시작하는 긴급 지원
중동 전쟁 장기화로 촉발된 고유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고유가 피해 지원금’이 오는 27일부터 본격 지급됩니다.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국민 약 3256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지원금은 1인당 10만원에서 최대 60만원까지 차등 지급되는데요, 그중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부터 우선 지원이 이뤄집니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55만원, 차상위계층과 한부모가족에게는 45만원이 지급될 예정입니다. 특히 비수도권이나 인구감소지역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은 1인당 5만원이 추가되어 최대 60만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고유가와 고물가의 충격이 생계 위기 대처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계층에 더 크게 다가오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입니다.
지원금 신청은 1차와 2차로 나눠 진행됩니다. 1차 신청은 4월 27일부터 5월 8일까지이며, 앞서 언급한 취약계층이 대상입니다. 2차 신청은 5월 18일부터 7월 3일까지로, 나머지 소득 하위 70% 국민이 해당됩니다. 신청 방식은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유사하게,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포인트 충전, 지역사랑상품권, 선불카드 중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신청 첫 주에는 시스템 마비를 방지하기 위해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른 요일제가 적용될 예정입니다.
지역 격차 해소와 사용처의 제한
이번 지원금의 또 다른 눈에 띄는 특징은 지역에 따른 차등 지원입니다. 취약계층이 아닌 일반 대상자의 경우, 거주 지역에 따라 지원 금액이 달라집니다. 수도권 거주자는 10만원, 비수도권 거주자는 15만원을 받게 되며, 인구감소지역 우대지역은 20만원, 특별지원지역은 25만원을 지원받습니다. 이러한 지역별 차등은 에너지 비용 부담과 경제적 취약성이 지역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2차 지급 전에 건강보험료 외 고액 자산가 제외 기준 등 추가 선정 기준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지원금은 아무 데서나 마음껏 쓸 수 있는 현금이 아닙니다. 사용처에 상당한 제한이 따릅니다. 지원금을 카드 형태로 받은 경우, 주소지 관할 지방자치단체 내에서 연 매출액 30억원 이하의 소상공인 매장에서만 사용 가능합니다.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받은 경우도 해당 지자체 가맹점에서 써야 합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직영점, 온라인 쇼핑몰, 배달앱, 유흥업소 등에서는 사용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제한은 지원금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에 집중되도록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설계입니다. 사용 기한은 8월 31일까지로, 이날 이후 미사용 잔액은 소멸되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작년의 경험이 만든 ‘빠른 손’
이번 고유가 지원금 지급이 비교적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작년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운영 경험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지원금의 지급 방식, 사용처 범위, 대상자 선별 기준 등 핵심적인 시스템을 새로 설계할 필요 없이 기존 프레임을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소득 선별 과정이 필요한 2차 지원금의 지급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무려 42일이나 단축되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행정 시스템의 학습 효과가 실제 정책 집행 속도에 영향을 미친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겠습니다.
한편, 정부는 지원금 지급을 악용한 스미싱 사기 피해에 대한 경계도 함께 당부하고 있습니다. 정부나 카드사, 지역화폐 운영사는 고유가 지원금 관련해 URL이 포함된 문자를 발송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따라서 의심스러운 문자가 수신될 경우 링크를 클릭하지 말고 삭제해야 합니다.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평균 가격이 리터당 2,000원 선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이 지원금이 서민 경제에 일종의 ‘긴급 수혈’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또 지역 소상공인 활성화라는 또 다른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향후 집행 결과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