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회복의 정지 신호
국제통화기금(IMF)이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가 세계 경제 회복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3.1%로 제시했는데요, 이는 지난 1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된 수치입니다. 특히 이란을 포함한 중동 전쟁이 격화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세계 성장률이 2%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과 이란 간의 충돌이 세계 경제의 모멘텀을 중단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유가 급등이 주요한 위협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런 우려는 1974년 오일쇼크와 비교되기도 합니다. 당시 유가 폭등이 세계 경제에 강력한 충격을 준 사건인데요, IMF는 현재의 위기가 그에 버금갈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긍정적인 요소는 과거에 비해 전 세계 경제의 석유 의존도가 낮아졌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쟁이 장기화되어 원유 공급에 실질적인 차질이 생기면 국제 물류와 생산 체인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 재가속화 신호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게 IMF의 주된 메시지입니다.
G7에서 가장 취약한 영국 경제
이 충격은 모든 국가에 고르게 미치지 않을 전망입니다. IMF는 G7 국가 중에서 영국 경제가 중동 전쟁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026년 영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0.8%로 대폭 낮춘 것이 그 근거인데요, 이는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큰 폭의 하향 조정입니다. 결과적으로 영국은 미국이나 유로존, 프랑스, 스페인 등 다른 주요국보다 더 낮은 성장률에 머물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국이 특히 취약한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높은 에너지 의존도와 이미 맞닥뜨리고 있는 고물가, 고금리 환경이 중동 발 유가 충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구조라는 분석입니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피에르-올리비에 구린샤는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무너지고 '임금-물가 상승'의 악순환이 발생할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성장 둔화를 넘어 경제의 근본적인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 요소입니다.
모든 것이 유가에 달려 있다
현재의 세계 경제 위기 평가는 결국 '유가'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집약됩니다. 중동 전쟁으로 원유 공급이 불안해지면 국제 유가가 치솟을 것이고, 이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다시 부추길 수 있습니다. IMF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중동 분쟁이 2027년까지 이어지면 2026년과 2027년의 세계 성장률이 2%에 그치고 글로벌 물가상승률은 6%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는 1980년대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극심한 위국 상황에서나 나타나던 수치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중앙은행들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금리 인상이라는 기존의 통화 정책 도구만으로는 유가 발 외부 충격을 완벽하게 막아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따라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대비책을 함께 마련해야 하는 이중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세계 경제는 지난해의 무역 갈등을 넘어, 더욱 예측하기 어려운 지정학적 충격의 시험대에 올라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