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로 오간 행보
지난 10월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당일치기로 다녀왔습니다. 6·25전쟁 참전 76주년을 앞둔 시점이었고, 새로 개통한 신압록강대교를 육로로 건너며 국경 개방 의지를 드러냈죠. 전용열차 대신 벤츠를 탄 모습은 건강 이상설을 잠재우려는 의도로도 읽힙니다.
일정의 중심에는 항미원조 기념탑 헌화와 황하이자동차 공장 시찰이 있었습니다. 1951년 설립된 이 회사는 버스와 특수차, 신에너지차를 만드는데요. 김 위원장이 조립라인을 18분짜리 영상으로 공개한 것은 노후 버스 교체와 대중교통 현대화 의지를 내보인 겁니다. 다만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가 차량 수출을 묶고 있어 실제 도입까지는 변수가 적지 않습니다.
시진핑 아닌 4위가 마중한 이유
눈에 띄는 건 상대였습니다. 김 위원장을 맞은 사람은 시진핑 주석이 아니라 권력서열 4위인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었죠. 과거 방중 때마다 시 주석을 만났던 관행과 비교하면 의전 수준이 확 낮아진 겁니다. 북한은 절박했고 중국은 느긋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중국 외교부는 "북·중은 우호적 이웃 국가"라며 "확고한 전략적 방침"이라는 원론을 반복했습니다. 대북 제재의 큰 틀은 훼손하지 않으면서 미·중 관계와 국제 질서를 함께 저울질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황해북도 신평군에서 열린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 보수 준공식도 같은 맥락입니다. 혈맹의 상징은 챙기되 경제 지원의 속도는 조절하겠다는 겁니다.
열리는 회담, 빠지는 한국
관심은 역시 북미 대화로 쏠립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27일 국회 외교통일위 국정감사에서 중국이 북한과 북미 대화 가능성을 논의했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미국을 피스메이커로, 북미 정상회담을 페이스메이커로 삼아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구상도 밝혔죠.
11월 18~19일 선전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가 분수령으로 꼽힙니다. 통일연구원은 중국이 APEC 의장국 지위를 활용해 중재자로 나설 유인을 분석하면서, 북미 직거래나 중국 주도 중재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될 위험을 지적했습니다. 통일부는 이번 방문이 한반도 평화와 대화 재개에 기여하길 기대한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회담 성사 가능성을 51% 정도로 보는 시각처럼 전망은 여전히 반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