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국방비 1조3000억원 가운데 급식·피복비 604억원이 미집행되며 장병 급여 등 지급이 연기됐다. 이는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5조원을 차입한 직후 드러났고, 연간 차입액은 164조5000억원으로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재정 관리의 문제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예산 집행 '펑크' 난 국방비
국방부에 따르면 미집행된 1조3000억원은 급식비·피복비를 비롯해 군수 항목, 방위력개선비, 장병내일준비적금 등이다. 지난해 12월 말 예산 집행이 몰리면서 한국은행 국고계좌에 자금이 부족해 지급이 이뤄지지 못했다. 국방부는 "장병 의식주 지원에는 영향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군 전력 운용에 차질이 발생했다는 지적과 함께, 계엄 여파로 침체된 군 사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 마통에 의존하는 정부 재정
정부는 지난해 12월 한국은행에서 5조원을 일시 차입했다. 이는 같은 해 9월 14조원 차입에 이은 것으로, 연간 차입액은 164조5000억원으로 2024년(173조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한은 마통'이라 불리는 이 제도는 세입과 세출의 시차를 메우기 위한 응급수단이지만, 반복 사용은 재정 건전성에 적신호로 해석된다.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과 통화정책 신뢰도 저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책임 공방과 재발 방지 과제
국방부와 기획재정부는 미집행 원인을 놓고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방부는 "12월에 자금을 정상 신청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기재부는 "이월 집행 대상"이라 맞서고 있다. 정치권은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중 미집행 예산을 신속히 집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근본적인 재정 운용 개선 없이는 비슷한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