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208개의 비밀 공간
영국 런던 동부에 유럽 최대 규모로 건설될 중국 대사관의 설계도에서 최대 208개의 비밀 지하 공간이 확인되면서 안보 우려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다음 주 중 이 신축 계획을 공식 승인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보수당 의원들과 보안 전문가들은 이 공간들이 도청이나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죠. 중국은 2018년 런던 옛 조폐국 부지를 매입한 뒤 대사관 건설을 추진해왔지만, 안보 문제로 영국 정부의 허가가 계속 지연되어 온 상황입니다.
문제는 제출된 설계도 자체에 있습니다. 보안을 이유로 일부 시설이 가려진 채 제출되었는데, 입수된 자료에는 지하 2~3m 깊이의 밀실을 포함해 수많은 비공개 공간이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도심 한가운데, 그것도 런던의 핵심 금융가와 가까운 위치에 이처럼 많은 비밀 공간을 두는 것에 대한 의혹은 당연히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뜨거운 공기를 배출하는 시스템 설치 계획도 첨단 감시 장비 가동을 위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구요.
금융 데이터와 1미터의 거리
더욱 직접적인 위험 요소는 물리적 거리에서 나옵니다. 설계도에 따르면 예정된 지하 공간의 외벽 일부는 런던의 주요 광섬유 통신 케이블과 불과 1미터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케이블들은 주변 금융 기관들의 핵심 데이터가 오가는 통로인데요, 사이버 보안 전문가 앨런 우드워드는 이런 근접성이 중국 정부에게는 매력적인 도청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기술적으로 매우 가까운 거리면 도청 장비를 설치하기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이죠.
보수당 의원 앨리샤 컨스는 이 문제를 두고 단순한 외교 시설 건설이 아니라 ‘경제전 발판을 내주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과거 홍콩 민주화 운동 시위대를 상대로 한 불법 구금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중국 정부의 의도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논란들은 단순한 건축 허가 문제를 넘어, 런던을 세계 금융 중심지로 유지하려는 영국의 국가적 이해관계와 직결된 쟁점으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통합이냐, 위험이냐
그럼에도 영국 정부가 신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데는 나름의 판단이 있습니다. 현재 중국은 런던 곳곳에 흩어져 있는 6곳 이상의 외교 시설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대사관이 완공되면 모든 시설을 하나의 단일 부지로 통합하게 됩니다. 영국 총리실과 정보기관(MI5, MI6)은 흩어져 있는 다수의 시설을 감시하는 것보다 한곳으로 모아 관리하는 것이 보안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즉, 분산된 위험보다 집중된 위험이 통제하기 쉽다고 보는 거죠. 정보기관들은 현재의 설계로는 안보 위험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 같은 결정 뒤에는 외교적 고려도 있습니다. 영국 정부는 베이징에 있는 자국 대사관의 재개발 계획을 추진 중인데, 이에 대한 중국 측의 승인을 원활히 이끌어내려는 계산이 작용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명확한 ‘옳고 그름’보다는 복잡한 위험 관리와 외교적 타협의 영역에 놓여 있습니다. 영국 의회와 전문가들의 강한 우려는 계속될 테지만, 정부의 실용적 판단에 따라 신축이 승인될 경우, 이 대사관은 향후 수십 년간 영국-중국 관계의 상징이자 지속적인 안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