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달라진 환율 지도
지난달만 해도 1600원선을 바라보던 원·달러 환율이 이제는 1300원대 진입을 넘보고 있습니다. 8월 9일 기준 1418.4원까지 내려온 건, 한 달여 전인 7월 2일 장중 최고치 1555.8원과 비교하면 무려 140원 가까이 하락한 수치인데요. 당시의 '원화 약세 공포'가 한 달 만에 '원화 강세 기대'로 급변한 셈입니다.
다만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장 초반 미국 고용지표 부진과 일본의 구두 개입 영향으로 1,408.80원까지 밀렸으나, 저점을 인식한 수입업체들의 결제 수요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주식 순매도가 겹치면서 전장보다 2.30원 오른 1,418.4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거래일 연속으로 총 1조 4천억 원 규모의 주식을 팔았는데, 이 과정에서 달러 매수 수요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원화 강세를 이끈 세 가지 수급 변수
이번 원화 강세는 우연이 아니라고 시장은 보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꼽히는 건 지난달 10일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 상장입니다. 약 265억 달러를 조달하면서 이 중 상당 부분이 국내로 유입돼 원화로 환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는데요. 이러한 대규모 자금 유입은 외환시장의 달러 공급을 늘려 원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핵심 모멘텀이 됐습니다.
두 번째는 한국 경제의 튼튼한 대외 건전성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경상수지는 497억 3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5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역대 최대 흑자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인공지능 투자 확대로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달러 유입이 크게 늘었고, 이는 원화 강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미국발 금리 인상 기대의 둔화입니다. 최근 공개된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 전망에 못 미치면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가 완화될수록 달러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에는 숨통이 트이는 구조입니다.
1300원대 진입 후에도 변동성은 남아 있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8월 12일에 발표될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로 쏠리고 있습니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물가지표가 시장 예상에 부합한다면 9월 금리 동결 전망에 탄력을 받아 달러화에 추가 하락 압력이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유안타증권은 연내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하향 접촉할 확률을 93%로 높게 보고 있으며, 연말 중앙값은 1,371원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300원대에 진입하더라도 추가 하락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상현 연구원은 진입 이후에는 단기적으로 1,400원을 중심으로 등락하는 흐름이 예상된다고 분석했고, 외환시장 딜러들 역시 현재 환율의 균형점을 1,400원 초반대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엔화와의 연동성도 변수인데, 일본 당국이 환율 개입에 나설 경우 오히려 원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구조적 딜레마가 있습니다. 시장이 질서를 유지할 때는 원화와 엔화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극심한 위험회피 국면에서는 원화가 위험자산으로 분류돼 엔화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