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원·5만원권 영정 그린 이종상 화백 별세...향년 88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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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 전 수정 · 2026년 9월 9일 오후 12:04

발행: 2026년 9월 9일 오후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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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상 화백이 88세로 별세했다. 그는 5천원권 율곡 이이와 5만원권 신사임당 영정을 그린 화폐 영정 작가이자 11점의 국가표준영정을 남긴 한국화 거장이다. 서울대 교수와 박물관장을 역임하고 루브르 박물관에 벽화를 설치하는 등 전통과 현대를 잇는 화업을 펼쳤으며, 독도문화심기운동과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지갑 속 역사를 그린 붓끝이 멈추다

우리가 매일 꺼내 쓰는 5천원권과 5만원권에 그려진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의 초상은 누구의 붓끝에서 태어났을까요. 바로 지난 8일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이종상 화백의 작품입니다.

그는 우리나라 화폐에 모자 영정을 모두 그린 유일한 작가로, 국민들에게 가장 친근한 한국화 거장이었습니다. 고인의 별세 소식에 미술계는 물론 많은 이들이 애도의 뜻을 전하고 있습니다. 빈소는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고, 발인은 11일 오전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장지는 국립 4·19 민주묘지로 알려졌습니다.

예산에서 루브르까지 이어진 화업

1938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난 이종상 화백은 서울대 회화과를 거쳐 동국대에서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1961년 제10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대장간을 소재로 한 작품 '장'으로 최연소 특선에 오른 뒤, 3년 연속 국전 특선이라는 진기록을 세웠습니다. 젊은 날부터 남다른 예술적 재능을 인정받은 셈이죠.

그는 전통 산수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현대 진경' 시리즈와 인간과 우주의 본질을 탐구한 '원형상' 연작으로 한국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특히 1997년 프랑스 외무성 초청으로 루브르 박물관 카루젤 홀에 71.3m에 달하는 대형 벽화를 선보이며 현지에서 큰 호평을 받았는데요. 이종상 화백은 루브르 박물관에 벽화를 설치한 최초의 한국인 화가로, 동양화의 위상을 세계 무대에 각인시켰습니다.

화평 너머 남긴 자취와 가르침

화폐 영정 작가로 알려진 그는 사실 11점의 국가표준영정을 제작했으며, 원효대사와 광개토대왕, 장보고 등 다수의 역사 인물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이런 작업들은 단순한 초상화를 넘어 국가의 문화적 자존심을 지키려는 예술가의 고뇌가 담겨 있었습니다.

서울대 미대 교수와 박물관장, 미술관장을 두루 역임하며 후학 양성에 힘쓴 그는 1977년부터 독도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독도문화심기운동 본부장도 맡았습니다. 은관문화훈장과 건국포장을 수훈한 그의 예술적 업적은 한국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고인의 작품 세계는 앞으로도 지갑 속과 미술관에서 오랫동안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