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찾은 야당의 목소리
국민의힘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들이 18일 오후 종묘와 인근 세운상가 일대를 찾았습니다. 이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세운상가 재정비 사업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독선적’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현장 방문에는 박정하 간사를 비롯한 위원들이 참여했고, 이후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 정문헌 종로구청장, 김길성 중구청장 등과 간담회를 갖는 등 현장 의견을 청취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포기하고 오히려 갈등의 한 축으로 돌아섰다고 주장하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특히 김민석 국무총리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허민 국가유산청장 등 정부 당국자들이 서울시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서울시가 국가유산 보존에 문제를 일으킨 것처럼 묘사했다는 점에 대해선 더욱 격한 반응을 보였죠. 야당 위원들은 이 같은 발상이 단순한 정책 비판을 넘어 정치적 압박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시행령 개정, 정치적 도구인가
논란의 중심에는 ‘세계유산법 시행령’ 개정안이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이 개정안은 세계유산 주변의 모든 도시 개발 사업에 대해 사전영향평가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국민의힘은 이 조치가 표면적으로는 유산 보호를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세운상가 재정비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라고 주장합니다. 충분한 논의와 협의 없이 추진되는 시행령 개정이 특정 사업을 겨냥한 ‘표적 조치’라는 의혹을 제기한 겁니다.
더 나아가 이번 개정안이 적용될 경우 서울시 전역의 재정비 계획에 광범위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습니다. 낙후된 도심 지역의 재개발 사업마다 추가적인 평가 절차가 필요해지면 사업 시행의 불확실성과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야당은 정부가 국가유산을 명분으로 삼아 행정력을 동원, 지방자치단체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려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유산 보존과 개발의 조화
이번 사태는 국가유산 보존과 도시 재개발이라는 두 가지 정책 가치가 충돌하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종묘는 세계문화유산으로서 그 가치를 지켜야 하는 것은 분명한데요, 반세기 가까이 노후화된 세운상가의 재정비 역시 지역 주민과 상인들을 위한 시급한 과제입니다. 국민의힘은 국가유산이 정부의 소유물이 아닌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가치임을 상기시키며, 중앙정부가 일방적인 압박보다는 대화와 소통을 통한 조정자 역할로 돌아갈 것을 촉구했습니다.
야당의 현장 방문과 비판은 단순한 정치적 지원사격을 넘어, 중앙과 지방의 권한 관계, 그리고 개발과 보존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시행령 개정 추진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있었는지, 아니면 순수한 유산 보호 차원인지는 추가적인 논의와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당장 눈앞의 정치적 공방보다는, 유산과 주변 지역이 공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