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 없는 화장실로 몰린 불길
현지 시간 7월 12일 밤, 태국 방콕 북부 짜뚜짝 지역의 한 술집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사망자가 30명까지 늘었고, 부상자 75명 중 24명은 여전히 위독한 상태라 인명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이번 참사는 2009년 산티카 클럽 화재 이후 태국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유흥업소 화재로 기록되고 있는데요.
생존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긴박했는지 짐작이 갑니다. 폭발음과 함께 순식간에 연기가 가득 차자 사람들은 출구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 화장실 쪽으로 몰렸습니다. 문제는 그 화장실에는 창문도 비상구도 없어 탈출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점입니다. 소방관이 진입했을 때 시신 대부분이 화장실과 그 앞 복도에서 발견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반복되는 비극의 뿌리
화재는 무대 인근 천장 배전반, 일명 차단기 합선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에 천장의 인화성 장식물과 플라스틱이 타면서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퍼졌고, 정전으로 시야마저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방콕시 재난관리 당국은 노후 건물의 전기 배선 상태와 가연성 물질 보관 여부를 정밀 조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길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대피로 관리였습니다. 해당 술집에는 출입문이 4곳 있었는데, 화재 당시 일부는 테이블이나 탁자로 막혀 있었고 직원 전용 문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문손잡이조차 없는 출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런 구조 속에서 공황에 빠진 손님들은 뒤편으로만 몰릴 수밖에 없었고, 비상구 유도 표시가 없는 사각지대는 피해를 키운 결정적 요인으로 지적됩니다.
또 다른 방콕의 밤을 지키려면
사고 직후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와 차드찻 시띠뿐뜨 방콕 시장은 현장을 직접 찾았습니다. 총리는 법 위반 사항에 대해 관용 없이 엄중히 처리하겠다고 밝혔고, 경찰청장 역시 업주 과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습니다. 다만 해당 업소가 적법한 영업 허가를 받았고 지난 4월 안전점검도 통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허술한 점검 제도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참사는 태국에서 처음이 아닙니다. 2009년 산티카 클럽에서 67명이 숨지고 2022년에도 26명이 사망하는 나이트클럽 화재가 있었습니다. 유흥업소의 화려한 인테리어 뒤에 숨겨진 낡은 배선과 막힌 비상구가 또다시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방콕 시민들은 술집 앞에 꽃과 추모글을 놓으며 희생자를 애도하고 있지만, 진정한 추모는 비슷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막는 것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