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번째 유조선, 홍해를 지나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뒤 국내 원유를 실어 나르는 한국 유조선이 20번째로 홍해 항로를 통과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1일 해당 선박이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에서 원유를 선적한 뒤 수에즈운하를 거쳐 국내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호르무즈 봉쇄가 길어지면서 홍해 우회가 임시방편이 아닌 상시 노선으로 굳어지는 모습입니다.
애초에 이 항로는 대안으로 출발했습니다. 호르무즈를 정면으로 통과하기 어려워지자 선사들은 남쪽으로 크게 돌아가는 길을 택했고, 그 선택이 벌써 스무 번째에 이르렀습니다. 한두 척의 예외가 아니라 정기적인 수송 루틴이 된 겁니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처음에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쪽이 주된 통로였습니다. 지난 4월부터 한국 유조선들은 이 남쪽 길로 원유를 실어 왔는데요.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와 후티 반군의 충돌이 본격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8월 중순부터는 북쪽 수에즈운하를 지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같은 우회 항로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구간이 계속 옮겨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선박 입장에서는 목적지까지의 거리만 계산할 수 없고, 해역별 군사적 긴장도까지 실시간으로 따져야 하는 처지가 된 겁니다.
남는 부담, 그리고 안전
우회 운항의 가장 큰 대가는 역시 비용입니다. 거리가 늘어난 만큼 연료와 시간이 더 들어가고, 아프리카 남단을 도는 기존 경로와 견줘도 상황에 따라 계획을 수시로 조정해야 합니다. 수송의 연속성은 지켜지고 있지만 그 뒤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쌓이는 구조인데요.
정부는 선박과 선원의 안전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해수부는 홍해 항해 기간 동안 밀착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항해 안전정보를 제공하며 사고 예방에 힘쓰고 있습니다. 결국 남은 관건은 중동 정세가 언제 안정을 되찾느냐입니다. 봉쇄가 풀리지 않는 한 우회 항로 의존은 이어질 전망이고, 늘어난 물류비가 국내 유가와 수송 원가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될지도 지켜볼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