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광역특구법이 다시 꺼낸 노동시간 카드
초광역특구법안을 둘러싼 노동계와 정치권의 갈등이 다시 뜨겁습니다. 이 법안에는 관리자와 전문가 등 특정 직종에 주 52시간제 예외를 허용하고,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과 기간제 사용기간을 늘리는 조항이 담겨 있는데요. 여기에 휴게·휴일 규정 완화와 파견노동 확대까지 더해지면서 노동권 후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는 안전 관련 조항이 있습니다. 기업이 영업비밀을 이유로 유해화학물질 명칭을 비공개할 수 있게 한 부분인데요.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된 정보까지 기업 판단에 맡길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과거 발언과 현재 입장 사이
사실 이번 사안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정권의 과거 발언과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2023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이른바 주 69시간제 당시 이재명 대통령과 박상혁 의원 등은 과로사와 재벌 퍼주기를 앞세워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노동시간을 늘려 생산을 늘리는 시대는 끝났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고, 민주당은 주 4.5일제와 포괄임금제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안의 특례 조항과 당의 노동시간 단축 기조가 어떻게 맞물릴 수 있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른 겁니다.
야권과 시민사회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진보당 제주도당은 이 법안을 노동 개악으로 규정하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영리병원 허용과 환경영향평가 완화까지 포함돼 있어 녹지국제병원 사태가 전국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했습니다.
사회적 대화로 풀 수 있을까
정부는 일단 대화를 강조합니다. 노동장관은 사회적 대화로 풀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진통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다만 노동계는 이미 법안 자체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논의의 출발선부터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입니다. 국회 안에서도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이 최근 5년간 500여 명의 과로 사망 통계와 국민이 희망하는 주 36.7시간 근로시간을 근거로 과로사 방지와 근로시간 단축을 다시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결국 관건은 특례 범위를 어디까지 둘 것인지, 그리고 노동시간 단축 기조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입니다. 규제합리화라는 큰 방향과 노동권 보호라는 과제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사회적 대화가 실질적인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