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만든 역대급 세수
올해 국세수입이 478조 6,000억 원으로 치솟았습니다. 추가경정예산 기준보다 63조 2,000억 원이 더 걷힌 것으로, 2022년의 역대 최고 기록 395조 9,000억 원을 4년 만에 가뿐히 넘어섰는데요. 본예산과 비교하면 무려 88조 원 넘게 늘어난 규모입니다.
이 같은 세수 폭증의 주역은 단연 반도체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급증하면서 법인세만 136조 4,000억 원으로 35조 원 넘게 늘었습니다. 전체 초과세수의 절반 이상이 법인세에서 나온 셈이죠. 여기에 성과급과 특별배당이 커지며 소득세도 15조 6,000억 원 늘었고, 증시 활황에 힘입어 증권거래세와 농어촌특별세도 함께 뛰었습니다.
초과세수, 어디에 쓸까
정부는 이 돈의 상당 부분을 국채 발행 축소와 상환에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주재한 거시재정금융간담회에서 나온 방침인데요. 10월부터 국고채 발행 규모를 수조 원 줄이고, 금리 상승 압력이 과도해지면 긴급 바이백까지 검토하겠다는 겁니다.
남은 재원은 미래대응기금으로 흘러갈 전망입니다. 기존 162조 3,000억 원에 초과세수를 더하면 최대 218조 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정부는 이 기금을 청년 주거, 일자리, 서민금융 등 3대 사회정책에 집중 투입해 양극화를 완화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반대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기금 규모가 커질수록 국회 심사를 거치지 않는 재량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경기 변동에 따라 자금이 정치적 소비로 흘러갈 위험을 경계하는 시선도 적지 않은데요. 일부에서는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면 특수 세수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빚을 줄이는 데 우선 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남은 과제
이번 재추계는 예측의 한계도 드러냈습니다. 세수 오차율이 15.2%로 역대 다섯 번째로 컸는데요. 정부가 법인세 추계에 처음 도입한 AI 예측모형이 반도체 기업의 실적 급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겁니다.
국가채무는 내년 1,500조 원, 2030년에는 1,700조 원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내년 이자 부담만 42조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초과세수를 어디에 얼마나 배분하느냐가 향후 재정 운용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