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된 건 없다, 하지만 논란은 진행형
SK하이닉스가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미국 증시 상장설에 대해 "확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다만 자금 조달 방식을 두고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외부 자본 활용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어,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회사는 자체 재무 여력이 충분하다면서도 모든 투자를 내부 자금으로만 하는 게 최선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HBM과 서버용 D램, eSSD 등 여러 사업에 동시에 투자 수요가 몰리는 만큼 전체 투자계획과 자본배분을 종합적으로 따져보겠다는 겁니다. 핵심 기준으로 내세운 건 결국 장기적인 기업가치와 주주가치입니다.
AI 데이터센터가 키운 존재감
솔리다임은 2020년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와 SSD 사업을 인수하면서 출발한 회사입니다. 2021년 12월 인텔 SSD 사업을 기반으로 공식 출범했고, 지금은 AI 데이터센터 시장 확대에 힘입어 고용량 기업용 SSD 수요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솔리다임이 투자은행들과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회의를 진행 중이며, 이르면 내년 미국에서 기업공개를 추진할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1,500억 달러, 공모 규모는 150억 달러 수준입니다. AI 붐 속에서 솔리다임의 성장 잠재력이 부각되면서, 자체 자금 조달 능력을 갖추고도 외부 자본을 검토하는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흔들리는 모회사 주가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의 몫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솔리다임이 별도로 상장되면 그동안 모회사 주주가 누리던 성장 가치가 신규 주주와 나뉘고, SK하이닉스에 '모회사 할인'이 커질 수 있다는 겁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상장 재검토를 요구하며 이사회가 주주 영향 평가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SK와 SK스퀘어, SK하이닉스, 미국 현지법인을 거쳐 솔리다임까지 상장하면 사실상 5단 중복상장이 된다며 논의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SK하이닉스 주가는 5.05% 하락했고, SK스퀘어와 SK도 각각 7%와 5% 넘게 떨어졌습니다. 액트는 거래소에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적용 여부를 질의하고, 필요하면 주주 연명 탄원서를 제출할 계획입니다.
SK하이닉스는 구체적 방안이 정해지면 이사회 차원에서 재무적·사업적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주주보호 방안도 함께 설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상장 여부 자체는 아직 미정이지만, 자본 조달 방식과 주주가치 사이의 줄다리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