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논밭에 내린 소방차 물줄기
지난 11일 저녁 8시,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됐습니다. 전국 16개 시도에서 소방 물탱크차 200대와 대원 400명이 경남으로 집결했는데요. 이틀 동안 이들은 강물과 시내 물을 끌어올려 메마른 논밭에 퍼부었습니다. 특히 저수율이 25%까지 떨어진 밀양에는 40대가 집중 배치돼 하루 1,200톤 넘는 물을 공급했죠. 소방차 물줄기가 단비를 대신한 셈입니다.
가뭄은 경남 전역으로 확산했습니다. 함양군을 제외한 17개 시군이 모두 가뭄 단계에 진입했는데, 밀양·거제·함안은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입니다. 저수지 바닥이 드러나고 땅이 갈라지면서 농경지 2,100여 헥타르가 피해를 봤고, 2,700여 농가가 시름에 잠겼습니다. 감나무와 사과나무 잎이 타버리는 등 과수 농가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는데요. 농민들은 수확을 앞둔 작물이 말라가면서 하늘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폭염과 만난 가뭄, 복합재난의 덫
이번 가뭄은 단순히 비가 적게 온 게 아닙니다. 남부지방 장마가 평년보다 늦게 시작했고, 경남의 7월 강수량은 평년의 23% 수준인 73.4밀리미터에 그쳤습니다. 최근 6개월 누적 강수량도 평년의 60% 수준입니다. 여기에 극한 폭염까지 겹치면서 뜨거운 지면이 열을 더 키우고, 강해진 폭염이 다시 토양 수분을 고갈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이화여대 예상욱 교수는 이를 폭염과 가뭄이 서로를 강화하는 복합재난으로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강릉에 이어 2년 연속 국가소방동원령이 나온 것도 이런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겁니다.
사실 정부의 선제 대응 논란도 있습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경남 지역의 극심한 가뭄 상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기후 위기 시대에 정부의 예측과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비만이 답인데…근본 해법은 여전히 안갯속
가뭄은 경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주요 상수원인 동복댐 저수율도 48.94%로 떨어져 '주의' 단계로 격상됐습니다. 상수도본부는 정수장 생산량을 조정하고 시민들에게 양치컵 사용, 절수형 샤워헤드 이용 등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생활 속 물 절약이 가뭄 극복의 핵심이라는 공식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행히 8월 15일부터 17일 사이 비 예보가 있어 단비를 기대하는 농민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예보된 비가 극심한 가뭄을 완전히 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소방청은 예정된 급수 지원을 마무리한 뒤 해갈 정도를 파악해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소방차의 물탱크로는 채울 수 없는 갈증이 여전히 경남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