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대피소, 생존이 먼저입니다
구마모토현에서 발생한 규모 7.1 지진이 나흘째를 맞았습니다. 사망자는 35명으로 늘었고, 이재민은 9천 명이 넘는 상황인데요. 문제는 지진 피해에 기록적인 폭염까지 겹치며 2차 고통이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374개 대피소에는 9천여 명이 머물고 있지만, 환경은 매우 열악합니다. 한 방에 50명 가까이 몰려 있고, 1인당 공간은 방석 두 개를 이은 정도에 불과합니다. 단수로 화장실 사용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임시 샤워는 10분으로 제한되고, 선풍기 3대가 체육관 전체를 감당해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예보되면서 열사병 환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29일부터 이틀간 42명이 열사병으로 이송되었는데,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때 간접 사망자가 직접 사망자보다 4배 넘게 많았던 전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방재 거점마저 무너진 안전망
이번 재난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방재 거점으로 지정된 쇼핑몰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 점입니다. 이온몰 구마모토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도 물자 보급과 대피 공간 역할을 했던 핵심 시설이었는데요. 이번에는 지진 발생 한 시간 뒤 폭발로 7명이 숨지고 건물 전체가 잔해로 변했습니다. 상업 시설을 방재 거점으로 활용하던 일본의 재난 대응 체계에 균열이 생긴 셈입니다.
전기는 2만 가구에서 1,500여 가구로 복구가 진행됐지만, 물 공급은 다른 문제입니다. 수도관 내진화율이 전국 평균보다 낮은 27%에 머물러 파손 범위가 넓어, 8만 가구의 단수 해결은 기약이 없습니다. 주민들은 하루 4~5리터의 물 배급에 의지하며 세면과 식수마저 간당간당한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을 본다는 일본의 자성
부족한 시설과 지연되는 복구 속에서 일본 내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과 대만, 태국의 대피소 운영 사례를 구마모토와 비교하는 SNS 게시물이 100만 회 넘게 조회되며 정부 대응을 비판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행정안전부 주도 하에 지자체가 구호기관이 되고 적십자사 등이 물자와 인력을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어 대조를 이룹니다.
물론 일본 정부도 올가을 방재청 출범을 준비하며 제도 개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피소 시설만 보완해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피해가 적은 지역으로 조기 이주를 유도해 대피소 과밀을 해소하고, 상업 시설 방재 거점의 안전 기준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나흘째 차박을 선택하는 이재민들과 1km 넘게 줄을 선 주유소의 모습은 아직 끝나지 않은 고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