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언론도 놀란 수능 '불영어' 논란, AI 출제 도입 검토까지

한경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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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수정 · 2025년 12월 13일 오후 10:16

발행: 2025년 12월 13일 오전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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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의 극심한 난이도가 영국 BBC, 가디언 등 주요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국제적 논란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칸트 철학, 게임 용어 등 난해한 소재의 문제로 인해 평가원장이 사임하는 상황까지 벌어졌고, 소설가, 교수, 대학 총장에 이르기까지 각계 전문가들도 문제의 지나친 난이도를 지적했습니다. 이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출제 과정의 어려움 해소와 난이도 조절을 위해 AI 기반 자동 문항 생성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해독이 필요한 시험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일명 수능 영어 영역이 올해도 역시나 높은 난이도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논란의 규모가 국내를 넘어 영국의 주요 언론들까지 주목할 정도로 커졌습니다. BBC,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이 잇달아 한국 수능 영어의 '불수능' 현황을 보도하며, 칸트의 법철학이나 비디오 게임 용어 같은 난해한 소재를 다룬 문제들을 직접 소개했습니다. BBC는 수능 영어를 "고대 문자 해독"에 비유하기도 했는데요. 영어가 모국어인 영국 독자들에게도 풀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에서, 한국 수험생들이 겪는 부담의 수준을 짐작케 합니다.

이런 논란 속에서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임했습니다. 절대평가 취지에 맞지 않는 출제와 입시 혼란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 표명이었죠. 난이도 조절 실패로 평가원장이 중도 사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가디언은 이 사건을 보도하며, 수능이 한국에서 명문대 입학뿐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안정, 심지어 결혼까지 영향을 미치는 '인생을 가르는 시험'으로 인식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도 두 손 든 난이도

논란은 영어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국어와 과학탐구 영역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쏟아졌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직접 문제를 풀어보며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소설가 구효서는 국어 영역 문제를 풀다가 당황했다고 말합니다. 중등 국어 교원 자격이 있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는 수능이 교육적 의미를 잃고 단순한 변별력 확보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입시 전문가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 문제가 갈수록 난해해져 법학적성시험(LEET) 수준에 이르렀다고 분석합니다. 과도한 상대평가 경쟁이 사교육 의존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이용원 교수는 가장 논란이 된 칸트 문제를 시간 내에 맞혔지만, 내용이 이해되지 않아 지문을 여러 번 반복해 읽어야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영어 능력 평가를 넘어 철학적 사고력을 평가하는 문제는 고교생에게 적절하지 않다는 겁니다.

가장 극적인 반응은 카이스트 이광형 총장으로부터 나왔습니다. 과학탐구 물리 영역 문제를 풀다가 포기 선언을 했는데요. 풀이 기술이 없으면 손도 못 대는 난해한 문제들을 보며 수능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수능이 미국의 SAT처럼 학교 교육에 충실한 기초 학력 테스트가 되어야 하며, 대학에 입시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AI가 답이 될 수 있을까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떠오른 것이 바로 인공지능(AI)입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 개선의 일환으로 AI 기반 자동 문항 생성 기능 개발을 위한 사업 검토에 착수했습니다. 평가원은 현재 입찰 공고를 통해 관련 업체를 선정 중이며, 내년 2월 시스템 구축 방안과 기대 효과 분석 보고서를 받아 AI 활용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핵심 아이디어는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난이도의 문항을 AI가 생성·축적해, 안정적인 난이도의 시험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김우승 전 한양대 총장은 이런 방식이 기존 수능과 유사한 난이도를 유지하면서도 변별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현재 수능 출제 과정은 매년 수백 명의 출제 위원을 선발해 40일간 합숙하며 진행되는데, 출제 인력 섭외의 어려움과 위원들의 심적·체력적 부담이 항상 문제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AI 도입은 이런 출제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물론,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습니다. 태재미래전략연구원 김도연 이사장은 AI 시대에 챗GPT로도 쉽게 풀리는 문제를 인재 선발의 척도로 사용하는 것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근본적인 개혁 논의는 여전히 필요해 보입니다. 수능 폐지나 주관식 도입, 대학의 선발 자율권 강화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죠. AI의 도입은 이러한 거대한 논의의 흐름 속에서 출제 과정의 기술적 어려움을 덜어주는 하나의 도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