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하루 아침에 또 다른 역사를 썼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20일 사상 처음으로 5,800선을 돌파해 5,808.53에 장을 마쳤는데요. 전날보다 2.31%나 뛴 수치입니다. 불과 15거래일 전인 1월 27일에 5,000선을 넘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800포인트 이상을 단숨에 올라탄 셈이죠. 시장을 이끈 건 단연 반도체 대장주였습니다. SK하이닉스가 6% 넘게 급등하며 장중 95만 원을 터치해 ‘95만 닉스’ 시대를 열었고, 삼성전자도 19만 원 선을 굳건히 지켰습니다. 이런 파죽지세의 상승은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확신과 제도적 개편 기대감이 합쳐진 결과로 보입니다.
기록을 쓰는 주가
SK하이닉스의 강세는 구체적인 소식에서 비롯됐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지분율 5%를 다시 확보하며 약 7년 9개월 만에 주요 주주로 복귀한 건데요. 이 소식은 시장에 강력한 신호로 작용했습니다. 글로벌 투자자의 확신이 담긴 움직임으로 읽힌 거죠.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 가장 저평가되어 있다"는 외신 평가를 거론하며 투자 매력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와의 주가 격차가 좁혀지는 모양새 속에서, 반도체 슈퍼사이클 진입론과 AI(인공지능)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단단히 받치고 있습니다.
다양한 상승의 바람
상승 동력은 반도체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힌 ‘3차 상법 개정안’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을 달궜죠. 자사주 소각 의무화 조항이 포함된 이 개정안은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자사주를 많이 보유한 보험주를 단숨에 끌어올렸습니다. 미래에셋생명, 롯데손해보험 등이 상한가를 기록한 게 대표적입니다. 한편, 중동 정세 불안은 또 다른 수혜주를 만들어냈습니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자, 방산주와 조선주가 동반 상승했죠. 두산에너빌리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HD현대중공업 등이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숨 가쁜 상승 뒤에 선 그림자
그러나 이 모든 낙관론 속에서도 시장은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큰 우려는 너무 빠르게 치솟은 주가 자체입니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가 4거래일 연속 오르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죠. 또한, 코스피가 기관의 적극적인 순매수(1조 6천억 원 규모)에 힘입어 오른 반면, 코스닥 지수는 소폭 하락했습니다. 외국인과 개인은 순매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나, 상승의 주도권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원-달러 환율이 1,440원대를 유지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미국의 이란 공습 가능성 같은 지정학적 변수와 앞으로 있을 주요 기업 실적 발표는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남아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를 넘어 자동차, 은행, 조선 등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다른 업종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