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의 호황 신호탄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슈퍼사이클'이 도래했습니다. SK하이닉스의 범용 D램 영업이익률이 1995년 이후 처음으로 7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죠. 1995년은 윈도 95 출시와 PC 보급 확대로 인한 반도체 호황기였는데, 현재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생산 집중으로 인한 공급 부족이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호황 기조에 발맞춰 목표주가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 목표가를 14만4천원, SK하이닉스는 73만원으로 제시했는데요, 시장 상황이 좋을 경우 각각 17만5천원, 85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봅니다. 키움증권은 더 적극적으로 SK하이닉스 목표가를 17만5천원으로 설정하며 현재 주가 대비 85%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AI 데이터센터가 키운 수요
이번 호황의 핵심에는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의 경쟁적인 메모리 확보 경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기존 고객사들과 달리 이들 업체들은 메모리 가격에 덜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 가격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죠. D램 가격은 이미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낸드 계약가는 4분기에 20~3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낸드 시장에서는 샌디스크가 이달부터 제품 가격을 최대 50% 인상하는 강수를 둔 상태입니다. 512Gb TLC 낸드 칩의 현물가는 전주 대비 14.21%나 뛰었는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낸드 단가가 HBM 가격을 넘볼 정도로 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AI 모델 발전과 함께 추론용 AI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저장용량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결과입니다.
기술 경쟁의 새로운 지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량·고대역폭 메모리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삼성은 자체 고대역폭 낸드플래시(HBF) 개발에 착수했고, SK하이닉스는 'AIN(AI-낸드) 패밀리' 전략을 내세우며 차세대 기술 주도권 확보에 나섰습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이미 내년 HBM을 포함한 범용 D램 공급 물량 대부분을 판매 완료한 상태라고 합니다. 삼성전자의 평택캠퍼스 4공장도 HBM 생산에 집중될 전망인데, 이로 인해 HBM을 제외한 D램 시장의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지속 가능한 호황인가
모건스탠리의 경우 특히 주목할 만한데요, 이들은 2021년 8월 반도체 업황 다운사이클을 예측하고 지난해 9월 SK하이닉스 목표가를 하향 조정했던 '반도체 저승사자'였습니다. 그런 모건스탠리가 이번에는 오히려 목표가를 크게 상향 조정한 것은 시장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음을 시사합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5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와의 HBM4 공급 계약도 수익성 유지 수준에서 마무리되면서 긍정적인 신호로 읽히고 있죠.
업계 전문가들은 메모리 반도체 사업 모델이 과거의 대량 생산 방식에서 사전 계약을 통한 공급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수익성 예측이 훨씬 수월해졌다고 지적합니다. 데이비드 게클러 샌디스크 CEO는 2027년까지 낸드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현재의 호황이 단기적인 현상이 아닐 가능성을 시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