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불신이 임계점을 넘었다
김종철 신임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부임 첫날부터 내려진 진단은 꽤 무거웠습니다. 국민의 불신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것이죠. 2024년 12월 조지호 전 청장이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뒤, 경찰청장 자리는 1년 9개월째 비어 있습니다. 이는 경찰 역사에서도 유례없는 공백 기간입니다.
당연히 조직 내부도 어수선한 상태인데요. 최근 장윤기 사건의 부실수사 논란이나 제주 실종 사건의 허위 종결 의혹이 대표적입니다. 수사 과정에서의 증거 인멸 시도나 허위 종결 처리가 드러나면서 경찰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쳤습니다. 경찰에 대한 시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걸 김 대행 스스로 인정한 셈입니다. 유재성 전 차장이 1년 3개월간 버텨온 직무대행 뒤를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대행 체제입니다.
연고지를 끊어낸 파격 인사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1일 심야에 전국 시도경찰청장 18명 가운데 14명을 한꺼번에 교체했습니다. 연고지 근무를 배제하는 '향피제' 원칙 아래, 모두 고향이나 과거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으로 부임하게 됐죠. 포항 출신 박종섭 씨가 충북청장으로, 전남 출신 박준성 씨가 대구청장으로 간 것이 그 예입니다.
특히 제주 실종 사건의 책임론이 불거진 고평기 전 청장은 치안정감 승진이 무산돼 본청 생활안전교통국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대신 김병찬 경찰청 수사국장이 제주지역 수습을 맡게 됐는데요. 반면 서울청장에는 고범석 전남청장이, 인천청장에는 유승렬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이 각각 내정됐습니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보직 이동을 넘어 조직의 기강을 바로 세우려는 의지로 읽힙니다. 물론 한꺼번에 지휘부가 바뀌면서 현장에서의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10월 개편을 앞둔 마지막 관문
사실 이번 인사의 배경에는 10월에 다가온 거대한 형사사법 개편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검찰이 폐지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출범할 예정인데, 이런 중대한 변화를 대행 체제로 넘기기에는 부담이 너무 큽니다. 보완수사권마저 사라지는 상황에서 경찰의 수사 역량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죠.
올해 국정감사까지 앞두고 있어 대행 체제의 한계는 더욱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유력 후보로는 김종철 대행을 비롯해 이종원 국민안전비서관, 고범석 서울경찰청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김 대행은 경찰 업무 전반을 재설계하겠다고 밝혔는데요. 9월 중으로 이루어질 정식 청장 임명과 함께 경찰 조직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