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서킷브레이커가 15차례 발동된 뒤
올해 국내 증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이후 극심한 요동을 겪었습니다. 사이드카가 총 45회 발동되고 서킷브레이커도 15차례나 작동되는 등 변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는데요. 특히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연계 레버리지 상품이 과열되면서 시장의 불안정성은 가중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바람이 잦아들고 있습니다. 대규모 반대매매를 통한 레버리지 청산이 상당 부분 진행되면서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6월 말 97.99라는 극값을 찍은 뒤 70대 중반으로 급락했습니다.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현금예탁금 요건을 강화한 규제도 시장 안정에 한몫했습니다. 신용융자 잔액 역시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며 디레버리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모습입니다.
예탁금 35조 원이 빠져나간 자리
시장이 진정되는 과정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두 달 사이에 투자자 예탁금은 139조 원대에서 104조 원대로 급감하며 약 35조 원이 증시를 떠났습니다. 불안정한 국내 증시에 지친 개미들은 미국 주식과 시중은행 예금으로 몰려갔는데요. 7월 한 달간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46억 달러 이상으로 폭증했고,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일주일 만에 6조 원 넘게 불어났습니다.
이처럼 자금이 안전자산과 해외 시장으로 쏠리는 현상은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이 선행되지 않으면 쉽게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감이 훼손된 상황에서 변동성만 완화된다고 해서 국내 증시로의 복귀가 빨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PER 5배, 바닥은 찍었지만 외국인 발길은 멈춰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1배로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했습니다. 이는 한국 주식이 실적 대비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변동성이 잦아들면 탄탄한 기초체력이 부각될 것이라며 코스피 목표치를 1만 2,000선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외국인 매도액은 1,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8월에도 43억 달러가 추가로 빠져나갔습니다. 템플턴 인베스트먼트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은 견조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최근 겪은 극심한 변동성의 기억 때문에 시장 재진입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글로벌 매체 블룸버그도 한국을 '투자 부적합 국가'로 규정했다가 금융위원회의 사실관계 반박 이후 변동성 진정 가능성을 제시하며 입장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밸류에이션은 매력적으로 낮아졌지만, 투자자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