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의 덫에 걸린 코스피
요즘 국내 증시는 하루가 멀다 하고 8%씩 오르내리는 등 극심한 요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올해 코스피 변동성이 60%를 넘어서며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넘어섰는데요. 이런 불안정성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이 절반 이상에 달하는 구조적 취약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코스피가 사실상 AI 반도체 베팅 상품으로 변질되면서, 두 종목의 움직임 하나에 지수 전체가 출렁이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사상 최고치를 찍을 당시에도 상승 종목은 650개에 불과했을 정도로 수급 쏠림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빚투와 레버리지가 키운 공포
이번 변동성을 더욱 키운 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개인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빚투 문화입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자산 규모가 연초 5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는데, 이 중 90%를 개인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운용사들이 일일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주가가 오르면 사고 내리면 파는 순응적 매매를 반복하면서 기존 주가 흐름을 그대로 증폭시켰습니다. 여기에 미국처럼 퇴직연금처럼 매달 유입되는 장기 자본이 부족한 탓에 외국인과 기관, 개인 모두 단기 투기 성향을 띠게 되었고, 시장은 마치 도박장처럼 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투자자예탁금은 한 달 만에 31조 원 가까이 증발하며 개미들의 이탈이 가속화되었습니다.
실적은 살아있는데 시장은 출렁
물론 낙관할 수 없는 상황만은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실적과 수출 등 펀더멘털이 여전히 견조하며, 이번 하락이 기초체력 약화보다는 과도한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조정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수익비율은 과거 위기 때보다 낮은 역사적 저점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 실적과 성장성 중심의 저점 매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다만 하락장에서 투매를 반복하는 패턴은 자산을 망치는 가장 빠른 길이며, 신용융자 잔고 감소와 외국인 수급 복귀 같은 명확한 추세 전환 신호가 잡히기 전까지는 매매 횟수를 줄이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