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반도체 앞당긴다더니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의 전력 공급을 1년 앞당기겠다는 정부 계획이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핵심은 변압기인데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케이블과 접속함을 미리 발주하고, 다른 사업에 배정된 변압기를 돌려 쓰는 방식으로 공정을 줄이겠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그 물량이 대구 신달성, 경남 거제 사등, 여수 중흥, 부산 신항과 부산항 변전소에 들어갈 예정이었다는 점입니다.
이 다섯 곳은 각 지역 국가산단에 전력을 대는 시설입니다. 한쪽을 앞당기려다 다른 쪽을 세워두는 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죠.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종합국정감사에서 다른 지방을 균형발전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숫자로 드러난 지연
지연 폭도 만만치 않습니다. 신달성 변전소는 당초 2024년 4월 준공이 목표였는데 이미 2028년 12월로 밀렸고, 변압기까지 빼 쓰면 2030년 10월로 늦어져 6년 6개월가량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부산 신항은 14년 2개월, 거제 사등은 12년 6개월, 여수 중흥은 5년, 부산항은 1년 6개월의 지연이 예상됩니다. 전력망이 기업 투자 결정의 전제 조건인 만큼 산단 유치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에너지 전반의 적체도 함께 지적됐습니다. 원전 계속운전 심사가 길어지며 4기 가동이 멈춰 있고, 산업용 지역요금제 도입으로 비수도권 민간 발전사 17곳이 연간 6600억원가량의 수익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한전은 원가회수율 78.1%, 연결부채 211조7000억원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점검은 했는데 개선은 없다
재생에너지 안전관리의 실효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산지 태양광 시설에 6800회가 넘는 특별점검이 이뤄졌지만, 68.9%가 2차 점검에서도 같은 등급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구조물 검사 미수검은 2024년 378건에서 올해 8월 2015건으로 5배 이상 늘었고, 고속도로 비탈면 태양광 192곳 가운데 검사 대상은 9곳에 그쳤습니다.
김성환 장관은 변압기 전용의 파급 효과를 처음 접했다며 다른 지역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검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사각지대 점검 방안도 별도로 마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공론화로 석 달 넘게 미뤄지고 있어, 속도전과 안전관리 사이의 균형을 두고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