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만에 풀린 무기 수출의 족쇄
일본 정부가 80년 만에 살상 무기 수출의 빗장을 풀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21일 ‘방위 장비 이전 3원칙’ 운용지침을 개정해, 기존에 구조·수송 등 5가지 유형으로만 제한했던 수출 규정을 대폭 완화했습니다. 이제 전투기, 호위함, 지대공 미사일 등 살상 능력이 있는 무기들도, 일본과 방위장비 이전협정을 체결한 17개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유지해 온 ‘전쟁 포기’ 평화헌법의 정신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결정이었습니다. 정부는 안보 환경 변화와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를 주요 이유로 꼽았지만, 이른바 ‘우경화’ 행보의 결정판이라는 비판과 우려도 함께 따라붙고 있죠.
사실 이번 조치는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닙니다. 2014년 아베 정부가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도입하며 조건부 수출의 문을 열었고, 이후 꾸준히 규제 완화 논의가 이어져 왔습니다. 특히 최근 일본이 미국과 공동으로 개발 중인 차세대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이 결정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자체 개발 장비의 해외 판로를 열어 방위 산업의 생태계를 키우고, 동맹국과의 군사 연계를 효율화하겠다는 이중적 목표가 깔려 있는 겁니다.
쏟아지는 비판과 ‘재군사화’ 논란
일본의 결정에 가장 격앙된 반응을 보인 건 중국입니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조치를 두고 “신형 군국주의의 망동”이라고 규정하며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일본의 재군사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으며, 이는 지역 평화를 해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공물 봉납과 맞물리며, 일본이 역사적 반성 없이 군사력 확장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집니다. 중국은 일본이 ‘평화 국가’를 자처하면서 한편으로는 무기 수출을 완화하고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모순을 지적했습니다.
국내에서도 논란이 적지 않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평화헌법의 정신과 취지를 견지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가 동북아 안보 균형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겠다는 태도죠. 흥미로운 점은, 한국도 최근 ‘3축 체계’ 강화를 명분으로 방산 수출 확대 논의를 진행 중이라는 것입니다. 일본의 결정이 동맹국 차원의 군사 협력 강화라는 세계적 흐름의 일부인지, 아니면 지역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특정국의 우경화인지에 대한 해석이 갈리고 있습니다.
방산 산업 부활과 안보 환경의 새 장
이번 정책 전환의 핵심 동인 중 하나는 경제적 요인입니다. 일본 정부는 첨단 기술이 집약된 방위 산업을 육성해 수출 주도형 경제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동맹국들이 자위대와 같은 장비를 쓰게 되면 평시 훈련부터 유사시 협력이 원활해지고, 일본도 전시 생산력 부족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방산 기업 입장에서는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가 될 거라 전망됩니다.
하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장애물도 분명합니다. 첫째는 국내적인 정치적 견제입니다. 이번 결정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심사를 거쳐 이뤄졌지만, 국회의 사전 심의나 승인 절차가 없다는 점에서 ‘통치 행위’의 확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둘째는 수출 이후 관리 문제입니다. 정부는 전쟁 중인 국가에는 원칙적으로 수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예외 조항을 남겨 두어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조치가 지역 안정에 기여할지, 아니면 군비 경쟁과 불신의 악순환을 촉발할지는 일본의 후속 행보와 국제사회의 감시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