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안전사고의 뼈아픈 현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유해가스 유출 사고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하는 중대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5일 오전 8시 50분께 스테인리스 압연부 소둔산세공장에서 기기 수리 사전 작업을 하던 중 작업자들이 성분이 파악되지 않은 기체를 흡입했는데요, 54세 A씨가 이송 도중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나머지 30대 근로자 3명은 호흡 곤란과 흉부 통증, 화상 등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번 사고는 불과 11일 전 경주에서 발생한 유사 사고 이후 연이어 일어난 것입니다. 소방당국은 현장에서 불산 또는 질산으로 추정되는 가스 누출을 확인하고 배관을 연결해 독성 물질을 제거했습니다. 하지만 사고 발생 2시간이 지난 오전 11시 14분에야 소방당국에 정식 신고가 이루어지면서 늑장 대응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안전 관리 시스템의 근본적 결함
포스코DX 심민석 대표는 사고 발생 후 공식 사과문을 통해 "깊은 애도를 표하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현장 목격자들과 일부 포스코 직원들은 이번 사고가 예견된 인재였다고 지적합니다. 하청업체에만 안전을 강조하면서 포스코 자체의 시설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포스코가 그룹 차원에서 안전 혁신을 내세우고 안전 전문 자회사까지 설립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입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사고 직후 헬기를 타고 현장을 방문해 사고 수습에 나섰지만, 안전 관리 시스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책임 소재와 제도적 한계
고용노동부는 사고가 발생한 해당 라인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현장 관리 실태를 조사 중입니다. 경찰 역시 안전관리 체계와 보고 지연 경위를 집중 수사하고 있는데요, 사고 당시 노동자들이 안전모 외에 별다른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노동계에서는 반복되는 외주 근로자 사망 사고에 대해 원청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포항지부장은 "사용자 측의 경각심 부족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수위가 낮아 산업 재해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지역사회의 대응과 향후 전망
포항시는 사고 소식을 접한 즉시 가스 안전 비상체제를 가동했습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강력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습니다. 시는 현장 긴급대응지원반을 구성해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사고로 포스코그룹 내에서 올해만 6명의 산재 사망자가 발생한 셈입니다. 앞서 7월에는 광양제철소에서 구조물 붕괴 사고로 1명이 사망했으며, 건설 계열사인 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만 4명이 목숨을 잃은 바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포스코이앤씨의 잦은 산업재해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검토할 것을 지시한 상황에서, 이번 사고는 포스코의 안전 관리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과 개선이 절실히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