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185조 원을 팔아치운 시장, 왜 오르는 걸까
7월 한 달간 22%나 밀렸던 코스피가 열흘 만에 23%를 회복하며 6,800선을 탈환했습니다. 삼성전자는 5%대, SK하이닉스는 7%대, 삼성전기와 SK스퀘어는 10% 안팎으로 급등하며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는데요. 이런 반등이 이뤄진 시점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185조 원가량을 순매도하며 '셀 코리아' 기조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시장이 외국인 매도를 뚫고 오르는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반등을 이끈 세 가지 촉매제
이번 상승은 여러 호재가 맞물린 결과입니다. 먼저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헤드라인 3.4%, 코어 2.5%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면서 9월 금리 인상에 대한 공포심이 한풀 꺾였습니다. 다음으로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을 통해 AI 투자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AI 수요 정점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다소 해소되었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건 레버리지 관련 강제 청산 물량이 소진됐다는 점입니다. 7월 폭락은 기업 실적 악화라기보다 변동성 확대로 인한 신용융자와 레버리지 ETF의 강제 매도가 핵심이었는데요. 이후 정부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를 도입하고 증거금 요건을 강화하자 공포심리가 진정되었고, 변동성 지수인 VKOSPI도 8월 들어 33% 넘게 하락했습니다. 쉽게 말해 시장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었던 레버리지 물량이 정리되면서 매물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겁니다.
아직 고점은 멀다, 남은 과제는 외국인 매도
물론 아직 시장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닙니다. 코스피는 6월 말 고점 대비 여전히 24%가량 낮은 수준이며, 이번 상승을 강제 매도 후 정상화 과정으로 보는 신중한 시각도 있습니다. 다만 KB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7년 실적 기준 PER이 3배 수준까지 내려왔다며, 밸류에이션 재평가 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주가가 너무 싸졌다는 인식이 작용한 셈입니다.
반면 외국인 자금의 지속적인 이탈은 여전한 불안 심리를 드러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금은 1월부터 7개월 연속 순유출되었고, 누적 규모는 1,309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는 글로벌 AI 투자에 대한 경계감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친 결과로, 단기 반등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변수가 남아있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국내 증시는 짧은 숨 고르기에 성공했지만, 외국인 매도세가 꺾이지 않는 한 진정한 반등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