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선·방산 시장의 새로운 교두보
한화그룹이 호주 조선 및 방위산업체 오스탈의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호주 정부가 한화의 오스탈 지분 19.9% 추가 인수를 승인하면서죠. 이로써 한화는 작년 인수 시도가 무산된 후 1년 만에 단계적인 접근으로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이번 인수는 단순한 지분 투자를 넘어, 미국 해군 군함 건조의 핵심 공급망에 직접적으로 진입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오스탈은 미국 앨라배마주와 샌디에이고에 조선소를 운영하며, 미국 내 소형 수상함 및 군수지원함 시장에서 40~60%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입니다.
이번 승인은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이미 한화의 오스탈 지분 100% 보유를 허가한 데 이은 조치입니다. 호주 정부는 국가 안보와 주권 보호를 이유로 지분율을 19.9%로 제한하는 조건을 붙였지만, 한화는 이 한도 내에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타타랑벤처스(지분 17.09%)를 제치고 오스탈 경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입니다.
실패를 딛고 성공한 '단계적 접근법'
한화의 오스탈 인수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지난해 처음 인수를 추진했을 당시에는 경영진의 거절과 규제 당국의 어려움으로 고배를 마셔야 했죠. 그러나 그룹은 포기하지 않고 다른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올해 3월,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해 장외거래 방식으로 먼저 지분 9.9%를 확보한 것입니다. 이후 미국과 호주 정부를 상대로 추가 지분 확대를 위한 승인 절차를 밟아 이번에 최종 승인을 받아냈습니다.
이런 '단계적 접근법'은 민감한 방산 분야에서 외국 기업의 인수를 용이하게 하는 한 가지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한화는 최대주주가 되었지만 경영권을 인수할 의사가 없음을 강조하며 호주 정부의 불안을 해소했습니다. 일본 측에서는 미쓰비시중공업의 호주 차세대 호위함 건조가 오스탈 조선소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들어 기술 유출을 우려하기도 했으나, 결국 호주 정부의 승인으로 이러한 불확실성은 해소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오커스(AUKUS) 안보 지형 속 기회
이번 거래는 글로벌 안보 지형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미국, 영국, 호주의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 체제가 가동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이 동맹의 핵심 조선 파트너사 최대주주가 된 것이죠. 이는 한국의 조선 및 방산 기술 역량이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됩니다. 특히 미국은 자국 조선업의 쇠퇴로 인해 해군 함정의 적기 공급과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동맹국의 생산 능력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화는 이미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미국 본토 조선업에 발을 들여놓은 상태입니다. 오스탈과의 협력을 통해 필리조선소의 상선 및 관공선 건조 역량과 오스탈의 방산 함정 기술이 결합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됩니다. 미국 해군의 연안전투함(LCS)과 원정고속수송선(EPF)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오스탈의 노하우는 한화의 방산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할 수 있는 자산입니다.
글로벌 해양 방산 시장 공략 본격화
앞으로 한화는 이번 투자를 통해 한·미·호주 3국을 잇는 해양 방산 협력의 중심에 설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오스탈과 협력해 호주의 차기 호위함 건조 사업 수주에 참여하고, 미국 해군의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전망입니다.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와도 연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화의 오스탈 최대주주 등극은 한국 방위산업 전체에도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국 공급망에 보다 깊이 통합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죠. 당장은 지분율 제한이 있지만, 한화는 최대주주로서 오스탈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기술 교류와 공동 사업 기회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해양 방산이라는 특수한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글로벌 도약이 본격화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