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레드라인, 넘어선 충돌
지난 17일 밤, 이란이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요르단 알아즈라크 미군 기지를 공격했습니다. 이 공격으로 미군 2명이 전사하고 1명이 실실종됐으며, 이는 2월 개전 이후 이란의 직접 타격으로 미군 사망자가 발생한 첫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전쟁 발발 이후 미군 사망자는 총 16명, 부상자는 430여 명에 이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인명 피해를 전면전의 레드라인으로 규정해왔던 만큼, 이번 사건은 중동 정세가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는 결정적 분기점이 됐습니다. 이란은 전쟁 전 미사일 재고의 약 70%를 유지하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 인근 발사 거점 30곳을 복구하는 등 군사적 역량이 건재한 상태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을 통해 이란의 미사일 재고와 방공망 회피 능력이 입증됐다고 분석합니다.
민간 시설까지 삼킨 보복의 소용돌이
미 중부사령부는 즉각 보복에 나섰습니다. 약 5시간 30분 동안 케슘 섬, 시리크, 하자바드 등 호르무즈 해협 인근 군사 시설을 공습하며 8일째 대이란 공격을 이어갔고, 케슘 섬은 최소 6발의 미사일을 맞았습니다.
이란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쿠웨이트 내 미군 기지 두 곳을 자폭 드론으로 공격한 데 이어, 쿠웨이트 식수 공급의 90%를 담당하는 담수화 시설까지 정밀 타격했습니다. 자심 알부다이위 걸프협력회의 사무총장은 이를 명백한 전쟁범죄라고 규정했습니다. 양측의 공격 대상이 민간 생존 인프라로 확대되면서 충돌의 수위가 한층 높아진 겁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미국을 대악마로 칭하며 결사항전을 다짐했고, 외교차관은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 중단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파키스탄과 카타르의 중재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외교적 해법의 물꼬는 거의 텃지 않은 상태입니다.
딜레마에 빠진 트럼프, 장기전 조짐
트럼프 대통령은 강하게 때려도, 적당히 멈춰도 부담을 안게 됐습니다. 강경 대응은 중동 장기전의 위험을 키우고, 제한적 대응은 응징 실패라는 비판을 부릅니다. 11월 중간선거를 코앞에 둔 가운데 고물가와 지지율 하락의 부담까지 겹쳤습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약 88달러까지 치솟았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에 근접했습니다. 미국 전략비축유는 1983년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미국인 79%는 전쟁 장기화를 예상하고 있으며, 군사 공습 지지율은 37%에 그칩니다. 이란 측은 휴전 기간 중 중국 등에 약 9조 원어치 원유를 수출하며 장기전 자금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한국 선박들도 호르무즈 봉쇄 이후 홍해 우회로로 빠져나갔지만, 그쪽도 예멘 후티 반군의 위협이 남아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시험대에 오른 지금, 중동의 포성은 당분간 멈추기 어려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