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 원의 주인 바뀌는 순간
7월 한 달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20조 원 가까운 자금이 외국인 손을 떠났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 물량의 상당 부분을 받아냈는데요. 문제는 주가가 그 사이 각각 45%와 33% 넘게 폭락했다는 겁니다. 외국인이 내놓은 반도체 대장주를 개인이, 그것도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까지 동원해 사들이면서 '패닉 개미'의 비명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에는 7월 들어 3조 원 가까이 쏟아부었습니다. 주가가 190만 원대에서 130만 원대까지 주저앉으면서 레버리지 상품 투자자들의 손실은 가중되었죠. 외국인은 5거래일 연속 SK하이닉스 지분을 줄이며 외인소진율이 52%대에서 50%대로 떨어졌고, 이 물량을 받은 국내 투자자들은 장중 변동폭만 17만 원이 넘는 극심한 롤러코스터를 경험했습니다.
AI 서사가 흔들리는 순간
이번 하락은 단순한 기술적 조정을 넘어서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지난 6월까지 코스피 9000선 돌파를 이끌었던 AI 반도체 성장 서사에 균열이 생긴 것인데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투자가 과연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고,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추격 속도도 예상보다 빨라졌습니다.
중국 창신메모리의 상장 추진이나 심자외선 장비 자체 개발 소식은 메모리 시장의 과점 구조를 위협하는 요소입니다. 애플이 중국산 반도체를 조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누리던 프리미엄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된 셈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반도체 주식보다는 복합유틸리티, 조선, 손해보험 등 방어 업종으로 옮기며 포트폴리오를 급하게 조정했습니다.
외국인은 돌아올까
흥미로운 점은 외국인이 반도체를 팔면서도 한국 주식 전체로는 1.3조 원을 순매수했다는 사실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로 하락하며 원화 강세가 나타난 덕분에 매수 여건은 형성됐는데, 다만 자금이 반도체가 아닌 다른 곳으로 흘러갔을 뿐입니다. 상승 종목이 하락 종목보다 두 배 이상 많았음에도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하락이 지수를 끌어내린 날도 있었죠.
물론 지나친 하락에 대한 반론도 존재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P/E가 각각 3.3배, 3.9배까지 내려앉았고, 이는 과도한 위축일 수 있다는 겁니다. 향후 실적 발표를 통해 시장의 우려가 과장되었다는 게 확인된다면, 주가는 상당한 폭의 기술적 반등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외국인이 SK하이닉스 외인소진율 51%대를 다시 회복하는지 여부가 단기적인 반등의 가장 확실한 신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