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조사를 막아선 쿠팡...사전 통지가 쟁점입니다
지난 8월 19일부터 24일까지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 본사에 네 차례나 현장조사를 시도했는데요. 매번 쿠팡 측의 거부로 조사가 무산되면서 공정위가 빈손으로 철수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번 조사는 쿠팡이 일부 상품의 경쟁사 대비 고가를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가격 맞춤형 쿠폰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가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쿠팡은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라 현장조사 7일 전 서면 통지를 받지 못했다는 점을 거부 이유로 내세웠습니다. 반면 공정위는 증거 인멸 우려가 있는 경우 사전 통지 없이 조사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들어 맞섰는데요. 쿠팡은 지난해 말 정보유출 사건 이후 정부 합동조사단이 본사에 상주하고 있어 증거 인멸 우려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재반박했습니다. 이처럼 사전 통지 절차의 적법성을 두고 양측의 법적 공방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절차 논란 넘어 통상·입법 전망까지 번졌습니다
이번 갈등의 배경에는 미국 연방하원 사법위원회가 지난 7월 공정위의 기습조사 관행에 적법절차가 결여됐다고 비판한 보고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후 쿠팡이 강경 대응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 정치권의 옹호가 한국 내 법질서를 흔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논란은 법률 간 입법 시차에서 비롯한 구조적 맹점 때문이기도 합니다. 행정조사기본법은 2011년에 제정됐는데, 대규모유통업법은 2012년, 대리점법은 2016년에 생겨났습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조사를 준용하므로 사전 통지 예외가 적용된다고 보지만, 쿠팡은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조사는 기본법상 사전 통지 대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법원이 쿠팡의 손을 들어줄 경우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유통 관련 주요 사건들의 정당성까지 흔들릴 수 있습니다.
행정 감시 기능 무력화 우려에 법 개정 움직임
업계에서는 공정위 출범 이후 조사 대상 기업이 현장 진입 자체를 막은 첫 사례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선례가 행정기관의 시장 감시 기능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요. 이에 정치권에서는 관련 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은 대규모유통업법과 대리점법 위반 조사도 행정조사기본법의 사전 통지 예외 대상에 명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고, 여당 역시 법적 허점을 이용한 조사 회피를 막기 위한 입법 보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쿠팡을 형사 고발하고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으나, 대규모유통업법에는 조사 거부에 대한 형사 고발 조항이 없어 실효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결국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공정위의 추가 조사는 사실상 멈춰선 상태이며, 이번 소송 결과는 향후 행정조사 체계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