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강 중 홀로 남겨진 섬진강의 숙제
섬진강이 오랜 관리 공백을 메우기 위한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 섰습니다. 국내 5대강 가운데 유일하게 독립적인 유역환경청을 두지 않았던 이 강에 전담 관리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지난 17일과 18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광양 배알도와 임실 섬진강댐, 곡성 침실습지 등을 잇따라 방문하며 현장의 요구를 직접 확인했습니다.
광양시는 배알도 수변공원에서 김 장관에게 공식 건의문을 전달하며 섬진강유역환경청 유치를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섬진강 하구와 광양만을 잇는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수질 보전과 염해 피해 갈등을 해결하는 최적지라는 주장입니다. 현장에서는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가 현수막을 내걸며 유치 지지 의사를 밝혔고, 김 장관은 건의 내용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화답했습니다. 같은 시기 박희승 의원도 김 장관과 함께 섬진강댐을 찾아 통합 물관리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기후재난 속 분산된 관리의 한계
섬진강이 제대로 된 관리 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지내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동안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 원거리로 관리했고, 홍수 대응도 영산강홍수통제소 출장소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2020년 8월의 대규모 홍수 피해와 최근 염수 유입으로 인한 재첩 채취량 감소 등은 이러한 관리 공백이 낳은 결과라고 지역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물 배분 갈등도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섬진강댐과 주암댐에서 나온 물이 호남평야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동진강으로 하루 100만 톤씩 빠져나가면서, 정작 하구로는 17만 톤만이 흐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 장관은 하구 유량을 20~30만 톤 더 확보해야 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배분 방안을 두고 영남과 호남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조율이 필요합니다.
생태 보전과 지역 상생 사이에서
섬진강은 4대강 보 건설에서 제외되면서 수달과 재첩 등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게 남아 있는 소중한 수계입니다. 곡성군의 침실습지는 200만 제곱미터가 넘는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탄소 저장고이자 자연댐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김 장관은 이곳을 방문해 관계기관에 적극적인 보전 관리를 당부했습니다. 이런 생태적 가치를 지키면서도 지역 주민의 생계와 안전을 확보하려면 유역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박희승 의원은 기후변화에 따른 수해와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분산된 관리 방식을 넘어 국가 차원의 전문 전담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광양시 역시 영호남 상생 발전과 국가적 유역 관리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유치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다만 환경청 한 곳의 입지를 놓고 여러 지자체의 요구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생태 보전과 물 관리 효율성이라는 본래 취지가 지역 간 경쟁에 가려지지 않도록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