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 뒤 숨은 고용 한파
2026년 5월 고용 시장은 수출 호조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습니다. 반도체 수출이 200% 넘게 급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썼지만, 전체 취업자 수는 오히려 4만 명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2024년 12월 이후 17개월 만의 첫 감소세로, 고용률 역시 63.3%를 기록하며 5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눈부신 성과가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고용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반도체의 취업유발계수는 생산 10억 원당 2명 안팎에 불과해, 제조업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오히려 고용 효과가 큰 자동차와 기계 업종이 수출 부진을 겪으며 제조업 전체에서 14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이는 7년 3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입니다.
중동 쇼크와 청년 일자리
이번 고용 한파의 직접적 원인으로는 중동 지역 전쟁 장기화가 꼽힙니다. 원유 가격 상승과 해상 경로 차단으로 자동차와 식료품 제조업이 타격을 입었고, 건설 자재 수급 불안까지 겹치면서 건설업은 2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상용직 취업자마저 26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면서 고용의 질마저 흔들리고 있습니다.
청년층은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15세에서 29세 사이 취업자가 25만 5천 명 줄어든 건 2021년 1월 이후 최대 감소폭입니다. 기업들이 경력직 위주의 수시 채용을 늘리면서 신입 공채 문이 좁아졌고, AI 도입으로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마저 일자리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청년층은 산업 구조 변화와 경력직 중심 채용, 그리고 대외 불확실성이라는 삼중고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청년 실업률이 7.2%까지 오르고 고용률은 43.8%에 그치면서, 사회적 양극화를 넘어 복합 양극화의 우려까지 커지고 있습니다.
고용 회복의 조건
정부는 위기 수준의 인식 아래 범정부 대응 체제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청년뉴딜 사업의 신속한 집행과 고용유지지원금 요건 완화 등 단기 지원책을 내놓고 있으며, 추경을 통한 고유가 피해 지원금도 고용 시장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단기 처방에 있지 않습니다. 반도체 호황이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를 넘어, 자동차와 기계 등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이 필요합니다. 또한 AI 시대에 맞는 청년 숙련도 향상과 기업 투자 활성화가 뒤따라야 합니다.
고용 없는 성장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단기 처방을 넘어 구조적 개선이 뒤따라야 합니다. 특히 소득과 자산이 모두 하위 20%인 청년 가구 비중이 5년 새 두 배로 늘어난 만큼, 고용 정책이 곧바로 사회 안전망과 연결되는 설계가 절실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