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 한 달 만에 뒤집힌 배경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이 불과 한 달 만에 상당 부분 뒤집혔습니다. 9월 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기존 계획인 9억원에서 현행 12억원으로 되돌리기로 확정했습니다. 거주 여부에 따른 차등 과세를 도입하려던 취지가 대폭 희석된 겁니다.
당초 정부는 실거주자의 공제 한도를 14억원으로 올리면서 비거주자는 9억원으로 낮춰 세금 부담의 격차를 벌릴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불가피한 사유로 거주하지 못하는 경우를 배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결국 여당의 반발까지 더해져 원안을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비거주 1주택자의 공제액을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실효성 있는 개편은 사실상 무위로 돌아갔습니다.
세부담 상한과 ISA 제도도 원상복구
이번 수정은 종부세뿐 아니라 다른 세목으로도 확대되었습니다. 정부는 직전 연도 대비 보유세 납부액 상한을 200%로 올리려던 방침을 폐기하고 현행 150%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이로 인해 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은 한 달 전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서울 마포구의 아파트를 비거주 1주택으로 보유한 경우, 원안대로라면 보유세가 크게 늘었겠지만 수정안 덕분에 170만원 이상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50억원 전후의 고가 아파트도 보유세가 3,300만원에서 2,600만원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비거주 부부 공동명의의 경우에도 1인당 공제액이 기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올라 부부 합산 12억원을 공제받게 되었습니다.
투자자들의 반발이 심했던 ISA 개편안 역시 원상복구 되었습니다. 납입 한도 미사용분의 이월 금지와 계약 기간 5년 제한 등의 내용이 모두 삭제되었고, 기존 제도가 그대로 유지됩니다. 이번 개편은 결국 증세 요소는 빠지고 감세 혜택만 남은 셈이 되었습니다.
개혁 동력을 약화시키는 선례 우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를 비롯한 여당 측의 추가 숙의 요구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여당은 민심 이반을 우려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상 여당이 정부안을 뒤집은 결과로 풀이됩니다. 정부안 발표 후 불과 29일 만에 세금 강화안이 무력화된 셈입니다.
전체 주택 소유자 가운데 종부세 납부 대상은 3%에 불과하고, 1가구 1주택 납부자는 1% 수준입니다. 이처럼 소수를 대상으로 한 세제 개편조차 여당의 반발에 밀려 좌초되면서, 향후 정부의 개혁 추진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세제 개혁이 '버티면 이긴다'는 부정적인 시그널을 주는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수정된 안은 조만간 국회로 송부될 예정이지만, 국회 심의에서 추가 수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