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이 개막을 앞둔 가운데, 한국 대표팀의 첫 경기인 체코전이 12일 오전 11시에 열립니다. 북중미 개최지와의 시차 때문에 조별리그 경기가 모두 평일 낮 시간대로 잡혔는데요. 이로 인해 과거 늦은 밤 거리응원과 야식 소비가 폭발하던 풍경은 사라지고, 전혀 다른 응원 문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낮 시간대 경기에 달라진 응원 풍경
서울 종로 광화문 일대는 12일 체코전을 맞아 거리 응원 준비가 한창입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의 조별리그 경기가 대부분 오전 10시나 11시에 시작하다 보니,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과 겹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서울시는 교통 혼잡에 대비해 평소보다 여유 있게 이동할 것을 권고했는데요. 무더위와 낮 시간대라는 점도 겹쳐 광화문 광장에 1만 명의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때와 같은 뜨거운 열기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반면 오피스 밀집 지역의 상권은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강남과 종로의 치킨집, 피자집, 맥줏집들은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오전에 문을 여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강남의 한 치킨집은 200석 규모의 매장이 2주 전부터 예약 마감됐고, 일부 피자 가게는 예약이 평소보다 4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평소 오전 영업을 하지 않던 주점들도 7시간이나 일찍 문을 열며 직장인 단체 손님 맞이에 나섰습니다. 평일 낮 경기가 오히려 도심 오피스 상권에 예상 밖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업계는 '집관족'과 사내 응원에 주목
식음료 업계의 움직임도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과거의 야식·치맥 마케팅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집에서 경기를 즐기는 '집관족'과 회사에서 중계를 보는 사내 응원 수요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편의점들은 치킨, 맥주, 안주류 할인 행사를 확대했으며, 맥도날드와 카스 등은 굿즈와 체험형 콘텐츠를 앞세워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점심시간과 겹치는 경기 시간을 고려해 임직원들이 사내에서 간식을 즐기며 응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상인이 낙관적인 것은 아닙니다. 일부 중식당이나 편의점 점주들은 월드컵 열기가 과거만 못하다며 추가 발주를 하지 않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죠. 하지만 업계 전반적으로 보면, 거리응원 중심의 집단 소비에서 집관 및 소규모 단체 관람 중심의 개인화된 응원 문화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이번 월드컵은 단순한 응원 이벤트를 넘어 새로운 소비 트렌드의 시험대가 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분위기가 응원 열기에 미친 영향
그런데 월드컵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예년만 못한 데는 시차 문제만 있는 건 아닙니다.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홍명보 감독 체제에 대한 불신이 팬들의 마음을 멀어지게 했고, 일부는 야구 등 다른 스포츠로 관심을 돌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6월 3일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라는 사회적 현안이 맞물리면서, 온라인에서는 월드컵 기대감보다 선관위 비판이 더 큰 목소리를 얻고 있습니다.
사실 축구 팬들의 시청 의향은 여전히 높습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조사에서 68.6%가 시청 의향이 있다고 답했을 정도인데요. 문제는 단순히 경기를 보는 것과 거리에서 함께 환호하는 것은 다르다는 점입니다. 월드컵이라는 대형 이벤트도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이번에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