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만의 판례 변경
2026년 5월, 대법원이 1992년 이래 유지해온 '문신 시술은 의료행위'라는 판례를 뒤집었습니다. 비의료인이 문신을 해도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인데요. 이번 결정은 2020년 두피 문신을 시술한 박모 씨와 2019년 레터링 문신을 한 백모 씨 사건에서 나왔습니다. 두 사람 모두 1·2심에서 벌금형을 받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죠.
대법원은 문신이 의학적 지식보다 미적 기능과 경험이 중요한 영역이라고 봤습니다. 질병 치료나 예방과 직접적 관련이 없고, 오히려 고대부터 행해진 문화적 행위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현대 위생 관리 기준이 충분히 발전해 의료인의 개입 없이도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의료행위와 문화의 경계
이번 판결의 핵심은 '문신사법' 시행 전에도 의료법만으로 문신 시술 자체를 금지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2023년 10월 말에 시행된 문신사법은 비의료인 문신 시술을 합법화했는데, 대법원은 그 이전 사건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 거죠. 문신은 이제 표현·예술·종교의 자유 영역으로 보호받게 됐습니다.
다만 모든 면에서 자유가 생긴 건 아닙니다. 시술 과정에서 과실로 상해를 입히면 형법이나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이 점을 분명히 했는데요. 문신사가 위생 수칙을 어기거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면 기존 법체계 아래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앞으로 남은 과제
이번 판결로 국내 문신 산업이 더 체계적으로 발전할 토대가 마련됐습니다. 그동안 문신은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는데, 이제 명확한 기준이 생긴 셈이죠. 대법관 오석준은 "문신이 사회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어 일반인에게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고, 권영준 대법관은 "비의료인 문신 시술 금지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각각 의견을 밝혔습니다.
물론 문신 시술자 교육이나 위생 기준 마련 같은 실질적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업계 스스로가 신뢰를 쌓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데요. 앞으로 문신이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소비자 보호 장치는 어떻게 마련될지 주목해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