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번진 재선충병
'남산 위에 저 소나무'라는 노래 가사가 무색할 만큼, 소나무재선충병이 서울까지 파고들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시내 감염목은 74그루로, 지난해 4그루에서 18배 넘게 늘었는데요. 강남구와 성북구, 강동구, 동작구, 송파구, 성동구, 중랑구 등 7개 구에서 확인됐습니다.
가장 최근 사례는 중랑구 사가정공원에서 나왔습니다. 경기 구리시 교문동 발생지와 직선거리 2.4km에 불과해, 경기도에서 번진 피해가 서울로 넘어온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재선충병은 치료약이 없고 한 번 걸리면 100% 고사하는 만큼, 발견과 차단이 사실상 유일한 대응입니다.
서울시는 남산 소나무림의 예방 주사 주기를 3년에서 2년으로 앞당겼고, 서울숲과 북서울꿈의숲 등 주요 공원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합니다. 신규 발생지 반경 5km는 드론으로 정기 점검하고, 주요 산림과 가로수는 월 1회 이상 살피는 체계를 돌립니다.
베어내고 다시 심는 방제
피해가 집중된 곳은 상황이 더 급합니다. 올해 경기도의 고사목은 11만6,655그루로 지난해보다 36% 늘었는데, 이 가운데 3만7,458그루가 가평군에 몰려 있습니다. 도내 피해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주형철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25일 가평읍 이화리 수종전환 방제 현장을 찾았습니다. 7ha 규모의 소나무를 벌채하고 파쇄한 자리에 지역에 맞는 다른 나무를 심는 방식인데요. 감염목을 베는 데서 끝내지 않고 숲의 구조 자체를 바꿔 재발을 줄이겠다는 구상입니다. 산림청은 29일부터 가평군 전역을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해 연중 방제와 절차 간소화를 허용할 예정입니다.
비슷한 움직임은 다른 지역에서도 이어집니다. 충남 보령시는 특별방제구역 지정 이후 전담팀을 꾸려 피해목 제거에 속도를 내고 있고, 현재 공정률은 80% 수준입니다. 전남광주시는 여수와 순천, 광양, 광산구, 장성 등 5곳을 특별방제구역으로 묶는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남은 숙제는 예산과 인력
문제는 속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전남광주시가 산림재해예방과와 전담팀 4명을 새로 만든 것도, 그만큼 상시 대응 체계가 비어 있었다는 뜻입니다. 예산과 인력이 따라오지 않으면 방제 계획은 현장에서 힘을 잃기 쉽습니다.
전문가들은 매개충 활동 시기와 벌채 적기를 맞추는 일이 관건이라고 말합니다. 방제 시기를 놓치면 그해의 수고가 다음 해 확산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도 내년에 약 12만 그루에 예방 주사를 놓는 한편, 국비 지원을 산림청에 요청하며 광역 대응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숲을 지키는 일은 결국 한 해의 방제로 끝나지 않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