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밀린 통합안, 군 안팎의 거센 반발
국방부가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묶는 기본 계획 발표를 예정일에 갑작스럽게 미뤘습니다. 7월 6일 오전 브리핑을 한두 시간 앞두고 순연 공지가 내려졌는데요. 공식 사유는 안규백 장관의 청와대 회의 참석과 나토 정상회의 수행이지만, 군 내부와 예비역 단체의 강한 반발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특히 3군 사관학교 총동창회가 8일 국회 앞에서 대규모 반대 집회를 예고한 상황이라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안은 대전 자운대에 국군사관학교를 신설하고, 1·2학년은 통합 교육을, 3·4학년은 각 군별 특화 교육을 받게 하는 내용입니다. 육군사관학교는 전남 장성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어 교육의 질과 인재 확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성 훼손 우려와 합동성 강화 논리
반대 측은 각 군의 작전 환경과 무기 체계가 전혀 다르다며 전문성 약화를 가장 큰 문제로 꼽습니다. 사자, 독수리, 상어를 버무리면 오리가 될 수 있다는 비유처럼, 군별 고유의 DNA를 잃는다는 겁니다. 게다가 서울에서 지방으로 학교가 옮겨가면 우수 교수진과 수험생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미국, 프랑스, 중국 등 주요 강대국들이 군종별로 사관학교를 나눠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반면 찬성 측은 AI, 드론, 사이버, 우주가 결합된 현대전에서 합동성이 승패를 가른다고 맞섭니다. 캐나다 왕립사관학교처럼 통합 교육으로 장교 간 유대감과 합동 작전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캐나다는 군 규모와 안보 환경이 한국과 달라 단순 비교는 무리라는 전문가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일본은 과거 육·해군 간 불협화음을 교훈 삼아 통합형 방위대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나, 개별 군종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졸속 추진 비판과 진짜 해결 과제
이번 논의가 교육 혁신이라는 본질보다 외형적인 통합과 위치 선정에 매몰됐다는 비판이 커집니다. 사실 장교 지원 감소는 단순히 학교가 나뉘어 있어서가 아니라, 열악한 처우와 사회적 평가 부족 등 복합적인 원인에서 비롯됩니다. 국방부가 2028학년도 입학이라는 시간표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교육 내실과 장교 처우 개선부터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 군사 강국은 초급 장교 양성은 분리하되, 합동참모대학 같은 상급 기관에서 합동성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통합이 정답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때입니다. 국방부는 안 장관이 나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뒤 발표를 재개할 계획인데, 단순한 발표 연기를 넘어 다양한 이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숙의 과정이 먼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