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 역전극, 그 이면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가 51.79%를 얻어 플라비우 보우소나루(48.21%)를 눌렀습니다. 1차 투표에서 200만 표 이상 뒤졌던 후보가 결선에서 약 440만 표 차이로 판세를 뒤집은 겁니다. 1989년 직선제 복원 이후 2위 후보가 결선에서 승리한 첫 사례입니다.
룰라는 빈농 출신으로 금속노동자로 일하다 손가락을 잃고 노동자당 창당에 참여한 인물입니다. 부패·돈세탁 혐의로 580일 수감됐다가 2021년 대법원 무효 판결로 복귀했고, 이번에 4선 고지에 올랐습니다. 다만 상·하원 모두 자유당(PL)이 최대 정당인 상황이라 국정 운영은 순탄치 않을 전망입니다.
금융시장이 던진 경고음
개표가 진행되자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습니다. 보베스파 지수는 개장 직후 17% 급락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장중 낙폭은 17.34%까지 벌어졌습니다. 헤알화는 달러 대비 장중 12% 넘게 치솟았고, 국가 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CDS 프리미엄도 22% 뛰었습니다.
배경엔 재정 우려가 깔려 있습니다. 룰라가 가계부담 완화와 복지 프로그램 15% 증액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재정지출 확대가 부채 비율을 끌어올릴 것이란 관측이 매도세로 이어진 겁니다. 공공부채는 이미 GDP의 82%를 넘고, 가계대출 연체율도 20년 만에 최고 수준입니다. JP모건과 BTG 팍투알은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낮췄습니다.
남미 지도의 균열
이번 결과로 중남미의 우파 흐름은 문턱에서 멈췄습니다. 콜롬비아, 칠레, 페루 등에서 우파가 잇달아 승리하던 흐름에 브라질이 제동을 건 겁니다. 룰라는 "브라질은 누구의 뒷마당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주권을 강조했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이어갈 뜻을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를 두고 "조작된 부패 선거"라고 비판했습니다. 다만 직접 개입할 의사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반면 멕시코, 칠레, 중국, 러시아 등은 축하 입장을 냈고, 아르헨티나와 엘살바도르는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룰라의 새 임기는 2027년 1월 5일 시작됩니다. 4선이라는 정치적 성과와 별개로, 갈라진 민심과 재정 불안을 동시에 다뤄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