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지급 거절 10건 중 7건은 주치의 진단 불인정…의료자문 남용 논란

서뉴경뉴
11개의 관련 기사

5달 전 수정 · 2026년 6월 7일 오후 1:16

발행: 2026년 6월 7일 오후 1:16

요약 생성중...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보험금 지급 거절 피해구제 신청 930건을 분석한 결과, 거절 사유의 67.4%가 보험사의 주치의 진단 불인정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보험사가 의료자문 절차를 남용해 고액 보험금 지급을 미루거나 거절하는 사례가 빈번했으며, 종합병원 소속 의사의 소견조차 뒤집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소비자원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손해·생명보험협회에 내부통제 기준 개선을 요청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치료 전 기준 확인과 의료자문 재감정 등 적극적 권리 행사를 당부했습니다.

내 보험금, 왜 주치의 말고 보험사가 정하나

최근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거절당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접수한 보험 관련 피해구제 신청 930건을 살펴봤더니, 무려 85.8%인 798건이 보험사의 지급 거절로 인해 발생했습니다. 특히 거절 사유 중 가장 많은 건은 보험사가 주치의의 진단과 치료를 인정하지 않은 경우로, 전체의 67.4%에 달했습니다. 쉽게 말해 보험금을 못 받은 사람 열 명 가운데 일곱 명은, 자신을 치료한 의사의 소견이 보험사에 의해 뒤집어진 셈입니다.

의료자문이 지급 거절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보험사가 내세우는 의료자문 절차입니다. 보험사는 주치의의 판단이 적정한지 검토해야겠다며 제3의 전문의에게 의견을 구하는데요. 소비자원에서 538건의 주치의 불인정 사례 가운데 70.1%인 377건이 이 의료자문 절차와 관련해서 소비자와 충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행 제도는 시행 대상에 큰 제한이 없다 보니, 사실상 지급을 미루거나 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놀라운 것은 보험사가 종합병원 의사의 소견마저 가볍게 무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의료자문으로 뒤집힌 377건 속 주치의 소속을 보면, 의과대학 부속병원을 포함한 종합병원급이 38.5%로 가장 많았고, 병원급 31.3%, 의원급 30.2% 순이었습니다. 병원 규모와 상관없이 진단이 뒤집히고 있는 겁니다. 의료자문으로 인해 지급이 거절된 보험금의 평균 금액은 1,618만 원에 달했으며, 천만 원에서 삼천만 원 사이의 고액 청구 건이 39.1%로 가장 많았습니다. 뇌졸중 진단비나 암 수술비, 입원 실손의료비 등 생계와 직결된 고액 보험금에서 갈등이 집중된 것입니다.

이제는 기준도 바꾸고 소비자도 대응해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소비자원은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에 내부통제 기준 개선을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두 협회는 2021년 8월 의료자문 내부통제 기준을 제정해 운영 중인데, 사실상 전 보험사에 강제력 있게 적용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명확한 반증이 없는 한 지체 없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의료자문 결과만으로 거절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소비자원은 이 기준을 보다 실효성 있게 고쳐 불필요한 의료자문 요구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소비자원은 보험 가입자들에게도 몇 가지를 당부했습니다. 고액 비급여 치료를 받기 전에 반드시 보험금 지급 기준을 확인하고,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요구한다면 그 이유와 질의 내용, 제공 자료 등을 상세히 설명해 줄 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만약 의료자문 결과에 이의가 있다면 보험사와 협의해 제3의 의사에게 재감정을 받을 수 있으며, 이 때 드는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하게 되어 있습니다. 보험은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가입하는 것인데, 정작 위험이 현실이 됐을 때 보험사의 판단에 막혀 혜택을 보지 못한다면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보험금 지급 여부를 둘러싼 보험사와 소비자 간의 불신이 선순환 구조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과 소비자의 적극적 권리 행사가 함께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