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초소형 기지국(펨토셀)의 심각한 관리 부실로 인해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사태와 연관된 해킹 의혹에 대해 국회에서 거센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수만 명의 잠재적 피해자와 수천 명의 실제 피해자가 발생한 이번 사건은 KT의 보안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으며, 관련 부처와 국회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펨토셀, ‘보안 구멍’으로 악용되다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KT가 운영하는 수만 대의 펨토셀입니다. 펨토셀은 이동통신 신호가 약한 곳에 설치되는 소형 기지국으로, 이를 관리하는 KT의 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이 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와 달리 KT는 펨토셀의 장기간 미사용 또는 위치 이동 시 자동으로 이상을 탐지하고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펨토셀 회수 과정에서도 고객의 연락에만 의존하는 등 기본적인 관리 소홀이 반복되었습니다. 이러한 관리 부실은 펨토셀이 무단으로 탈취되거나 악용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으며,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서 ‘가짜 기지국’이 거래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었습니다.
이 탈취된 펨토셀은 이동통신 사용자의 가입자식별번호(IMSI), 단말기식별번호(IMEI),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데 악용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범죄자들은 불특정 다수의 휴대폰에 소액결제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입혔습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만 5,561명에 달하며, 불법 기지국에 노출된 잠재적 피해자는 2만여 명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피해액은 1억 3천만 원을 넘어섰으며, 광명, 금천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된 피해는 범행 시간대에도 새벽 시간대를 노린 계획적인 범죄였음을 시사합니다.
KT, ‘해킹 정황’ 인지 후에도 늑장 대응 의혹
KT는 이미 지난 7월 원격상담서비스 서버에서 해킹 의심 정황을 보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두 달이 지나도록 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외부 보안업체의 초기 보고서에는 해킹 의심 정황이 포함되었으나, KT 정보보안실장은 미사용 계정에 대한 것이라며 초기 대응이 늦어진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사태의 심각성을 초기에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늑장 대응과 정보 공개 지연은 수만 명의 잠재적 피해자를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김영섭 KT 대표는 펨토셀 관리 부실을 인정하면서도, 은폐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는 사고 해결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혔으나, 임원진 사퇴 요구에는 즉답을 피하며 사태 수습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펨토셀 유효 인증 기간을 10년으로 설정하고도 실제 관리에는 허점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해킹 의심 정황 인지 시점과 피해 발생 시점 등에 대한 질의에서 김 대표가 혼선을 보이는 모습은 책임론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정부, 철저한 진상 조사와 ‘복제폰’ 가능성 검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KT의 서버 폐기 및 신고 지연 과정에서 고의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KT의 해명에만 의존하지 않고 민관 합동조사단을 통해 철저히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만약 고의적인 은폐나 법규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경찰 수사 의뢰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정부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이번 해킹으로 인한 복제폰 생성 가능성입니다. 인증키 유출 여부를 면밀히 조사 중이며,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금융 사기 등 더 큰 규모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과기정통부는 KT의 기존 펨토셀 관리 시스템의 문제점뿐만 아니라, 향후 통신망 보안 강화 및 개인정보 보호 관련 제도 개선 방안 마련에도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KT 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의 보안 문제를 넘어, 국가 기간통신망으로서의 안정성과 신뢰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KT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으며, 정부의 철저한 조사와 관리 감독 강화를 통해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