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 인근에서 시작된 수사
9월 27일, 영국 글로스터셔에 있는 페어퍼드 왕립공군기지 인근에서 수상한 차량과 남성들의 움직임이 목격되면서 대규모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기지에서 약 3km 떨어진 마을의 농민이 흰색 밴을 신고했고, 경찰은 테러 모의 혐의로 처음 5명을 체포한 뒤 추가 수사로 총 7명을 검거했습니다. 차량에서 휘발유는 발견됐지만 폭발물은 나오지 않았고, 체포된 대부분은 이후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입니다.
문제가 된 건 이 기지의 성격입니다. 페어퍼드는 미군 B-1B 랜서 등 전략폭격기가 배치되는 핵심 전진기지로, 미국의 이란 미사일 시설 공격 작전에도 활용된 바 있죠. 이란은 그간 '이란 영토에 대한 공격에 쓰이는 기지는 합법적 표적'이라고 경고해 왔는데요. 배경에는 이런 군사적 긴장이 깔려 있는 셈입니다.
영국의 지목과 서방의 공동 규탄
영국 정부는 이번 사건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지시로 조율됐을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고 공식 판단했습니다. 버넘 총리는 10월 12일 의회에서 "영국 영토에 대한 위협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이란의 범죄 네트워크와 자금줄을 단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영국은 이란 국적자 두 명에 대해 자산 동결과 입국 금지 등 제재를 내렸고, 외무장관은 이란 대사를 소환해 항의했습니다. 여기에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29개국이 공동 성명을 내며 이란이 방화, 사보타주, 사이버 공격 등 국경 너머의 적대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보도에 따라 성명에 동참한 국가 수를 32개국으로 집계한 매체도 있는데요. 사실관계에 대한 해석 차이보다는 집계 시점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사건 이후 페어퍼드에 배치돼 있던 B-1 폭격기를 전량 철수시켰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란과 연관된 위협 때문이라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드론 공격 가능성에 대한 정보가 배경에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란의 전면 부인과 남은 과제
이란은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무사비 주영 이란 대사는 "증거 없이 섣부른 결론을 내리지 말라"며 영국 정부가 뒷받침할 문건이나 증거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고, 이란 외무부는 이번 발표를 '근거 없는 비난'이자 '위장 작전'이라며 반박했습니다.
결국 쟁점은 영국이 내놓은 판단의 근거가 어느 정도 공개되느냐로 귀결됩니다. 체포된 인물들이 석방된 상태에서 국가 간 갈등만 커지는 국면이라, 양국 관계와 서방의 대이란 제재 흐름이 어떻게 이어질지 주목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