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바위에서 항구까지, 제주 강풍 피해 속출
9월 초 제주 전역에 강풍주의보와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면서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태풍 '크로반'의 간접 영향으로 중국 북동지방 고기압과 남쪽 저기압 사이 기압 차가 커지면서, 이틀째 거센 북동풍이 몰아치고 있는데요. 단순히 바람이 강한 정도를 넘어 인명 피해와 시설물 파손, 교통 차질까지 빚어지고 있습니다.
서귀포시 대정읍 해안가 갯바위에서는 낚시를 하던 60대와 30대 남성 2명이 밀물과 너울성 파도로 진입로가 잠겨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들은 오후 내내 썰물을 기다리다 해양경찰의 밧줄 구조로 겨우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당시 바닷물은 예상보다 빠르게 차올랐고, 파도 역시 거세서 스스로 탈출할 수 없는 위기 상황이었습니다.
크레인이 쓰러진 그날
이번 강풍으로 가장 참혹한 인명 피해는 제주시 건입동 제주항에서 발생했습니다. 9월 4일 오후, 바지선에서 바닥 철판 보수 작업을 하던 중 크레인이 강풍에 넘어지면서 50대 작업자 2명이 철판 아래에 깔렸는데요. 이 사고로 선주 1명은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고, 크레인 기사 1명은 중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 해당 지역 풍속은 초속 20.5m에 달했으며, 해경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강풍으로 인한 시설물 피해도 이어졌습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곳곳에서 지붕이 흔들리고 태양광 패널이 추락할 위험이 제기됐으며, 도로 위로 가로수와 중앙분리대가 쓰러지는 사고가 잇따랐습니다. 소방당국은 건물 외장재 추락과 전봇대 기울어짐 등 총 36건의 시설물 안전조치를 벌였고, 부상자 이송과 고립객 구조 등을 포함하면 총 41건에 출동했는데요. 아직 바람이 잦아들지 않아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언제쯤 잦아들까
교통 분야에서도 불편이 커졌습니다. 제주공항에서는 주말 동안 국제선과 국내선을 합쳐 40여 편의 항공기가 지연 운항했으며, 많은 이용객이 발이 묶였습니다. 해상 교통 역시 마라도와 가파도, 완도 및 진도를 잇는 여객선 4척이 결항 처리됐고, 일본 하카타에서 오던 크루즈선 아스카3호의 입항까지 취소됐습니다.
사실 이번 강풍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제주시 북부와 추자도는 7일 오전까지, 동부와 서부·남부 지역은 8일 새벽까지 강풍주의보가 유지될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한라산 사제비에서는 순간최대풍속 초속 24.6m가 기록되는 등 산간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바람이 매우 강합니다. 당국은 특보가 해제될 때까지 외부 시설물 점검과 갯바위·방파제 출입 자제를 거듭 당부하고 있습니다.
자연재해는 예고된 만큼 대비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작업 현장의 크레인까지 쓰러질 정도면, 이번 바람의 세기는 평소와 다른 수준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