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본주보다 최고 51% 비싼 값에 거래된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지난 7월 10일 뉴욕증시에 상장한 주식예탁증서(ADR)가 국내 본주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거래되며 시장의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ADR은 상장 이후 본주 대비 16%에서 최고 51%까지 프리미엄이 붙었는데요. 제임스 매킨토시 선임 시장 칼럼니스트는 이를 두고 시장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현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대만 TSMC의 ADR 프리미엄이 평균 15%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SK하이닉스의 가격 괴리는 매우 극단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 내 반도체 주식에 대한 과도한 열기, 다시 말해 AI 거래 과열의 뚜렷한 신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 투자자들이 거래 편의를 위해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차익 거래가 막혀버린 구조적 한계
이렇게 높은 프리미엄이 지속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 투자자들은 거래세가 없고 보관 비용이 저렴하며, 달러 기반 거래로 환위험까지 방어할 수 있어 ADR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세제적 유리함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입니다. 다만 문제는 가격이 비싸도 차익 거래를 통해 자연스럽게 조정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규제상 한국 본주를 ADR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제약이 커서 헤지펀드 등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차익 전략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였습니다. 당연히 공급이 제한된 채 수요만 몰리면서 가격 왜곡은 심화될 수밖에 없었죠. WSJ는 회사가 미국 주식을 돼지저금통처럼 활용할 경우, 혹은 반도체 주가가 폭락할 경우 ADR을 고점에 매수한 투자자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상호 전환 허용과 남은 과제
이러한 가격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9일부터 한국 본주와 ADR 간의 상호 전환이 허용되었습니다. 이제 투자자들은 국내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본주를 사서 ADR로 바꿔 미국 시장에 되파는 차익 거래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시장에서는 이를 통해 ADR의 프리미엄이 점차 축소되고 가격 격차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옵니다. 하지만 전환 가능한 물량이 발행 한도 안에서 제한적이라는 점은 변수입니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주가의 안정적인 흐름과 시장 원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이 프리미엄을 잡는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본주가 상승하며 격차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국 시장이 동시에 조정을 받을 경우 ADR 투자자들의 손실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명심해야 할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