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규제, AI 시대 반도체 투자 앞에 '유연성' 모색

서M아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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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수정 · 2025년 12월 10일 오후 9:50

발행: 2025년 12월 10일 오후 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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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AI 시대 반도체 산업의 대규모 투자 자금 조달을 위해 금산분리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지분 보유 요건 완화 및 금융리스 회사 보유 허용 등이 검토되며, SK하이닉스 등 기업들의 투자 부담 완화와 남부권 산업 생태계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규제 완화와 함께 투명한 거버넌스 견제 장치 마련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투자 병목 해소가 최우선 과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 보고회에서 명확한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SK하이닉스 곽노정 대표가 건의한 대규모 투자 자금 조달의 어려움에 "일리가 있다"고 공감하며,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이 발표는 AI 시대를 맞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반도체 산업의 현실을 정책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목소리로 개별 기업이 초대형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해왔는데, 정부가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셈이죠.

정부가 검토 중인 구체적 방안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지주회사가 증손회사(손자회사의 자회사) 지분을 100%에서 50% 수준으로 보유 요건을 완화하는 것입니다. 이는 SK하이닉스처럼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인 기업이 투자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할 때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와의 합작을 더 쉽게 할 수 있게 해줍니다. 둘째는 일반 지주회사가 첨단기술 투자에 한해 '금융 리스' 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입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설비 투자 비용을 더 효율적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됩니다.

규제의 본래 목적과 시대적 변화

금산분리 규제는 1980년대 이후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막고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그러나 보고회에서 이 대통령은 "독점 폐해 방지를 위한 것이지만, 첨단산업의 대규모 투자에는 이미 그 목적이 퇴색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핵심은 규제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 환경에 맞게 적용 방식을 재설계하겠다는 거죠.

실제로 한국의 지주회사 규제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엄격한 수준입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장려했지만, 자회사 주식 전부 소유를 금지하는 등 불완전한 구조가 고착됐습니다. 이로 인해 복잡한 지분 구조와 경제력 집중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이번 논의는 그러한 교조적인 규제의 맹점을 해소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산업통상부 김정관 장관도 이번 특례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일시적으로 적용되며, 사전 심사와 지방 투자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해 규제 완화의 틀을 분명히 했습니다.

기업들의 구체적 계획과 남은 과제

이번 규제 완화의 가장 직접적인 수혜자는 SK하이닉스입니다. 회사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600조 원, 충북 청주에 4년간 42조 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곽노정 대표는 "장비 세팅에만 3년이 소요된다"며 투자 시기를 놓칠 수 있는 위험을 강조했죠. 규제 완화를 통해 지주사 체계를 활용한 자금 조달이 원활해지면, 이런 대형 프로젝트의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당장의 투자 활성화만큼 중요한 게 견제 장치 마련입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특정 행위에 대해 투자사의 승인을 받도록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규제 완화가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나 지배구조 악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투명한 거버넌스 체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정부도 발표 시기와 형식을 조율 중이며, 투자자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병행해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역 균형 발전과 산업 생태계 확장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기회를 남부권 산업 생태계 구축과 연결 지었습니다. 보고회에서 김정관 장관이 남부권 투자 유치를 위한 규제 완화와 재정 우대를 강조하자, 이 대통령은 남부 지역의 재생에너지 강점을 활용해 새로운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더 나아가 대규모 개발을 위해 기업에 토지수용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산업 인프라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도 정부의 국민성장펀드가 민간 투자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평택 캠퍼스에서 국내 협력사와의 상생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이번 규제 조정 논의는 단순한 자금 조달 문제를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 지도와 지역 균형 발전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전략의 시작점입니다. 정부가 제시한 '유연성'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지, 업계와 정책 당국의 협력이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