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투표 연장, 그리고 불복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룰라 후보가 4선 고지를 밟았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나온 직후 보우소나루 후보 측이 "선거가 무효"라며 불복을 선언하면서 정국이 술렁이고 있는데요.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 시간이 예정보다 연장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고, 보우소나루 측은 이 같은 연장 조치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선거 관리 당국은 투표소 혼잡과 일부 지역의 접속 지연으로 연장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투표 연장 자체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설명인데요. 반대로 보우소나루 측은 연장된 시간에 특정 지역 유권자들이 몰렸다며 절차의 공정성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양측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결과를 둘러싼 법적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1차 투표의 열세를 뒤집은 반성
이번 역전은 사실 예상 밖이었습니다. 1차 투표에서는 보우소나루 후보가 룰라 후보를 크게 앞섰고, 중남미를 휩쓴 우파 바람의 연장선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습니다. 그런데 결선을 앞두고 분위기가 달라졌는데요.
룰라 후보는 유엔총회와 스페인 바르셀로나 방문에서 진보 진영의 무능과 무책임을 인정하는 이른바 '반성문'을 내놓았습니다. 자신들의 실패를 먼저 인정하는 이 메시지가 도덕적 정당성을 회복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입니다. 실제로 1차 투표에 불참했던 유권자들이 결선에서 대거 투표소로 향하면서 판세가 뒤집혔습니다. 집권 기간 빈곤율과 실업률을 낮추고 복지 지출을 늘린 성과도 일정 부분 힘을 보탰다는 분석입니다.
흔들리는 시장, 남은 과제
정치적 불확실성은 금융시장에 곧바로 반영됐습니다. 브라질 핀테크 기업 스톤코의 주가가 개장 전 거래에서 34% 넘게 급락한 건데요. 선거 결과와 불복 선언이 맞물리면서 브라질 자산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빠르게 얼어붙은 겁니다.
문제는 불복 선언이 길어질수록 정치적 공백과 정책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룰라 후보로서는 4선이라는 성과를 안고도 통합과 안정이라는 숙제를 함께 떠안게 됐는데요. 결선에서 드러난 분열을 어떻게 봉합하느냐가 향후 브라질 경제와 외교의 방향을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