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 시작된 가족사 자랑, 역사 논란으로 번지다
배우 하영(본명 안하영)이 최근 방송에서 4대째 이어오는 의사 집안을 언급했다가 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출연 당시 그녀는 가족의 직업적 계보를 자랑스럽게 소개했는데요. 하지만 증조부 안상호가 이토 히로부미 추도 모임과 식민 통치 기구에서 활동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확인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하영은 소속사를 통해 처음에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곧 입장을 번복하고 SNS에 자필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그녀는 일제강점기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족사를 가볍게 다룬 점을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는데요. 논란이 계속되자 하영은 드라마 촬영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식민지배와 전문직, 기득권의 세습을 묻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안상호가 단순한 평의원을 넘어 국민대추도회 준비위원, 경성부 협의회원, 경성종로금융조합 조합장 등에서 활동하며 적극적으로 식민 통치에 협력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소는 이번 논란이 개인의 가족사를 넘어, 식민지배 하에서 쌓인 사회적 자산이 해방 후 어떻게 기득권으로 세습되었는지를 짚어야 할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인 김용만 의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조상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사실을 알게 된 뒤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국민의 평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하영이 선대의 과오에 주눅 들기보다 역사 정의에 맞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친일파 스캐너'와 연좌제 금지 원칙 사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인 개발자가 만든 '친일파 스캐너' 사이트가 온라인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는 성씨와 본관을 입력하면 해당 본관에 독립유공자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있는지 보여주는데요. 하영의 본관인 순흥 안씨를 검색하면 도산 안창호, 안중근 의사 등 독립유공자 25명과 함께 안상호, 안익태 등 친일반민족행위자 3명이 함께 표시됩니다. 물론 같은 본관이 곧 직계 혈연을 의미하는 건 아니며, 사이트 제작 측도 헌법의 연좌제 금지 원칙을 명시하며 후손의 책임과는 무관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이 역사 인식의 부재를 드러낸 사건인 만큼, 공적 영역에서 발언하는 이들에게 과거를 짚어보는 신중함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