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판결에도 남은 7만 달러
농심 미국법인이 지난달 28일 미국 국제무역법원에 미국 정부와 관세국경보호청을 상대로 소장을 냈습니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 이른바 IEEPA를 근거로 납부한 관세 가운데 아직 돌려받지 못한 약 7만 달러와 법정 이자를 반환해 달라는 겁니다. 미국 정부의 답변 기한은 12월 28일로 잡혀 있습니다.
사실 이 소송의 출발점은 이미 내려진 판결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4월 무역적자를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고 IEEPA로 상호관세를 매겼는데요. 연방대법원이 올해 2월 20일 대통령에게 그런 권한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상황이 뒤집혔습니다. 관세국경보호청은 곧바로 징수를 멈추고 환급 절차에 들어갔죠.
문제는 모든 물량이 자동으로 환급되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수입 신고가 최종 확정된 건은 별도의 법적 절차를 거쳐야 환급이 가능합니다. 농심이 소송이라는 카드를 꺼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미 끝난 곳, 남은 곳
농심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국법인에 보낸 물량에 부과된 관세 40억원 가운데 대부분을 이미 돌려받았습니다. 이번 소송 대상은 확정 처리로 묶인 7만 달러 수준이라 회사도 실적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다른 기업들의 행보는 갈렸습니다. LG생활건강과 대상, 풀무원, 오뚜기는 별도 소송 없이 행정 절차만으로 환급을 마쳤습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 미국법인은 소송을 거쳐 약 190억원을 돌려받았고, 애경산업은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미국 국제무역법원에 정부를 상대로 환급을 청구한 업체는 700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금액이 작아도 소송을 택한 배경에는 확정 물량에 대한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개별 판결을 확보하지 못하면 권리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겁니다.
관세 대응이 사업 경쟁력이 된 이유
이번 사건은 K푸드의 미국 확장이 판매량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수출 물량이 늘수록 관세와 통관, 현지 법률 대응에 드는 비용과 리스크도 함께 커지기 때문입니다.
농심 미국법인은 지난해 매출 5792억원, 올해 상반기 287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라면 인기가 이어지며 몸집은 커졌지만, 그만큼 무역 관련 대응 역량이 성과를 가르는 변수로 떠오른 셈입니다. 환급 권리를 스스로 확보하고 절차를 관리하는 능력이 해외 사업의 또 다른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