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공급망, '독점' 구조와 '불공정' 의혹
전국 상급종합병원의 의약품 공급 과정에서 일부 도매상의 독점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동시에 병원장이나 그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를 통해 의료기기를 납품하며 부당한 이익을 취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죠. 이러한 '폐쇄적인 공급 구조'는 리베이트 제공이나 건강보험 재정 누수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의약품 공급, 소수 도매상에 '쏠림' 현상 뚜렷
2024년 기준, 전국 의료기관 의약품 공급의 98.1%가 도매상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상급종합병원의 의존도는 더욱 높습니다. 3,462개 도매상 중 288개사가 상급종합병원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구조인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일부 병원에서 특정 도매상의 공급 비율이 90%를 훌쩍 넘는다는 겁니다.
실제로 A 상급종합병원은 전체 의약품 공급액 781억 원 중 97.92%인 765억 원을 단 한 곳의 도매상으로부터 공급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B, C 병원 역시 각각 97.6%, 97.5%의 높은 독점 공급 비중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독점 현상은 주로 사립 상급종합병원에서 두드러졌으며, 국공립 병원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현재 약사법은 의약품 도매상과 의료기관 대표 간의 직접적인 친족 관계나 50% 초과 지분 소유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판매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급량 자체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어, 법적 허점을 이용한 독점적 공급 행태가 리베이트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근 대형병원 이사장 등에게 34억 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도매상 대표가 기소된 사건도 이러한 구조적 위험성을 보여줍니다.
의료기기, '병원장-가족' 통한 독점 납품 의혹
의료기기 납품 과정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병원장 A씨가 자신이 소유한 도매상을 통해 가족이 운영하는 6개 병원에 의료기기를 납품하며 부당 이익을 취했다는 의혹입니다. A씨와 배우자가 지분 대부분을 소유한 홍보대행사가 특정 간납업체의 지분을 보유하고, 측근들이 이를 관리하며 독점적인 공급 구조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의혹은 간납업체의 높은 영업이익률에서도 드러납니다. 해당 간납업체의 최근 3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23%로, 일반적인 간납업체보다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일부 간납업체의 경우 3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이 40%에 달하는 사례도 보고되었습니다. 이는 건강보험공단이 수사 의뢰했으나 경찰과 검찰에서 혐의 없음 또는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일부 사건에서도 의심스러운 정황으로 남아있습니다.
복지부 실태조사에서도 약 15%의 간납업체가 병원과 특수관계인인 것으로 드러났으나, 이에 대한 조사는 미흡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특수관계인을 통한 불공정한 거래가 빈번히 발생하며 건강보험 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폐쇄적 구조'가 키우는 위험
결론적으로, 의약품과 의료기기 공급망 모두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독점적, 혹은 특수관계인을 통한 거래는 여러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의약품 공급에서는 경쟁 저해와 함께 투명하지 못한 리베이트 제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이는 결국 환자 치료 선택이나 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불필요하게 높은 가격 책정을 통해 부당 이익을 취하고, 이는 건강보험 재정의 누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이러한 불공정 거래 관행을 근절하고 법적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약사법 개정 및 실태조사 강화 등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병원의 구매력과 공급 업체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구조 속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한 상황입니다.